눈이 부신 날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김혜정 소설집 눈이 부신 날에는 동명의 단편 소설을 비롯 모두 9편의 소설 들이 빠꼼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콩트식 소설부터 근미래 사회를 그린 SF 장르, 또한 그림의 인물이 등장하거나 역으로 그림 속으로 휴가를 떠나는 등 판타지스런 장르의 소설까지 골고루 갖춰진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의 소설집입니다.

어려서 당한 사고로 신체 장애를 가진 작가이기에 장애인의 삶을 그려낸 소설들 또한 수록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수록된 모든 소설 들이 한결같이 재미있었습니다. 무언가 클리세 모음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작가 고유의 시각으로 읽기 쉽게 쫙쫙 써내려간 단편 소설의 모범 같은 느낌입니다. 첫번째 수록된 단편 '뿔'에서부터 상당히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서로가 첫사랑이었음에도 끝내 이뤄지지 못하고 지나가게 되는 '눈이 부신 날' 같은 소설은 정말 아련하면서도 아름다운 내용이었습니다.

온 몸에 퍼진 암을 극복하기 위해 신체를 사이보그화 한 대신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감정을 잃어버린 한 젊은이의 모습을 그린 '1%의 로봇'이나 번외 소설인 '내가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은 어쩌면 작가 자신의 투영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비록 신체적 장애가 일상 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할 순 있겠지만 실연이나 그밖의 심리적 아픔을 극복하는 방식만큼은 오히려 비장애자인 우리보다 더욱 성숙하고 초연합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작가이기에 '아티스트'나 '우주의 휴식' 같은 판타지스런 내용을 담은 소설 또한 전혀 이질감 없이 소설집을 채워 나갑니다.


무려 9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 책이지만 읽고 나니 아쉬움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예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는 내용이었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이번 소설집이 두번째라고 하는데 조만간 작가의 첫번째 데뷔작도 구해 읽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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