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에 대한 헌정 소설..

CODE 612 누가 어린 왕자를 죽였는가
미셸 뷔시 지음, 이선민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3년 5월

프랑스 추리 소설의 제왕으로 일컬어지는 미쉘 뷔시의 소설, 누가 어린 왕자를 죽였는가..는 사실 상당히 도발적이면서도 어린 왕자를 창작한 생텍쥐페리의 삶 자체를 재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추리적 기법으로 서술되었지만 실은 어린 왕자를 현대인의 시각에서 재해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제대하기 전 마지막 출격에서 갑자기 행방 불명된 생텍쥐페리의 삶 자체가 워낙 극적이었기에 그의 죽음 자체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스테리입니다. 그가 타고 나간 비행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기체가 지중해에서 발견되기도 했고, 그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팔찌나 만년필도 인양되었지만 그의 유골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직접 격추시켰다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조종사의 증언까지 나왔지만 그럼에도 작가의 죽음을 그대로 믿는 어린 왕자 독자들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소설은 어린 왕자 본인이 생텍쥐페리의 분신을 서술한 것이란 전제로 진행됩니다.. 버뮤다 삼각지대가 위치한 곳의 위도, 경도가 어린 왕자의 소행성 이름과 그가 방문한 별 들의 이름과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것을 감안해 여기에 큰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암시해 줍니다..

문체나 그림이 정말 동화 그 자체인 어린왕자는 어떤 시각으로 본다면 상당한 비극입니다. 어린 왕자가 뱀에 물려 끝내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의 행성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요.. 이러한 서술 속에서 원작가가 묘사하고자 했던 방향성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본 소설 내에서도 어린 왕자나 생텍쥐페리의 다른 저작물, 미발행 글에 나온 이러저러한 문장 들이 자주 인용됩니다. 어린 왕자 자체가 워낙 메타포를 대거 함축해 담아낸 소설이기에 이를 분석해 풀이하는 과정 또한 충분한 추리가 됩니다.. 그렇지만 생텍쥐페리의 아름다운 문장 들을 다시 한번 읽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가치 있고 재미 있었습니다.

성서보다 더 많은 나라들의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어린 왕자... 그리고 이 소설을 분석해 새로운 재미를 준 미셀 뷔시의 이 소설.... 역시나 이야기가 가진 힘들을 명확히 보여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