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라이트 연가
백리향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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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향 작가의 장편 소설 블루라이트 연가는 산업화 시대로 일컬어지는 70년대 중후반을 배경으로 같이 자취방을 쓰게 된 영주, 명자, 선희의 애절했던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랑이란 감정이 없어질 수는 없기에 40여 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그녀 들의 좌절된 사랑은 안타까움과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장애인이 된 남편과 아들을 고향에 두고 상경해 가발 공장에 다니다 유부남 고향 선배와 사랑에 빠지게 된 영주...

명문 대학생에게 순정을 바치고 아들까지 낳았건만 끝내 그 신분(?)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는 명자..

재일교포의 현지처 노릇을 하지만 진정 그를 사랑했고 더 높은 곳을 바라 봤지만 배신 당하는 선희..

이들의 안타까운 사랑의 종말이 사실 소설 내용의 전부입니다. 그렇지만 70년 대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나 월급 등 화폐 단위, 그들 청춘이 어울리던 장소나 방식 등이 비교적 세밀하게 묘사되어 한편으론 역사 소설을 읽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당시 그들이 일하던 곳은 구로공단으로 불리우던 서울 시내 수출 단지였습니다. 지금이야 구로디지털밸리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공돌이, 공순이로 폄하되던 이들의 수많은 희생과 땀으로 굴러가던 곳이죠.. 자본가는 돈을 벌어 재벌로까지 성장했지만 그들이 하던 일에 대해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임금과 복지를 위해 벌이는 그들의 애절한 투쟁은 빨갱이짓으로 매도되기 일쑤였고, 무식한 것들이 왜 앞장서서 이런 일을 벌이냐는 비난에 휩싸이기 일쑤였죠..

이런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당시엔 청춘이었던 그들에게도 사랑이란 감정은 당연히 찾아오게 마련이었지만 소위 신분(?)을 넘어선 사랑이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던 듯 합니다.


세 명의 사랑은 모두 비극적으로 마무리 됩니다. 그렇지만 책 표지에도 나온 것처럼 그들은 지금까지 잘 살아오고 있고, 같이 만남을 가지고 있다 합니다. 아마도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에 의해 소설로 재창출된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참고로 블루라이트는 작 중 선희가 오픈한 음악 다방 이름이기도 하고 일본 가수 이시다 아유미가 1968년 발표해 공전의 힛트를 기록한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블루라이트 요코하마가 노래 원제목이죠.. 일본 문화 개방이 안되어 있던 시대라 해적판으로 한국에 들어와 많은 인기를 끌었던 곡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소설 속에서도 세 주인공 모두의 최애곡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그녀 들의 사랑은 모두 아프게 끝났지만 그럼에도 삶은 지속된다는 느낌을 받은 소설이었고, 읽는 재미가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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