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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여전히 대한민국의 복지 정책에는 사각 지대가 넘칩니다. 혹자는 포퓰리즘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위치한 한국의 복지 수준을 볼 때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이 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에도 우리가 겪고 있는, 앞으로 겪어야 할 간병, 돌봄, 노인 치매 문제가 정면으로 다뤄집니다. 무언가 소설적 재미 외에도 작가가 던지고자 메시지 자체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
문미순 작가는 이 작품으로 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름과 달리 국내 작가 들을 대상으로 상을 수여하고 있는 문학상이지만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아내가 결혼했다' '내 심장을 쏴라' 등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소설 들이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소설은 크게 친어머니가 죽음을 맞은 이후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집에 모셔둔 채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을 수령 중인 50대 여성 명주와, 치매와 근소실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힘겹게 간병 중인 20대 청년 준성의 이야기 두 축으로 전개됩니다. 이들의 삶을 유지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생명적 본능일 뿐이지 제대로 된 꿈이나 미래를 갖지 못하고 살아가게 됩니다.
상호 교류조차 거의 없던 이들은 동병상련의 입장을 공유하게 되며 어느새 가족에 준하는 끈끈한 사이로 발전하게 됩니다.
부모의 시신을 숨기는 주인공 들의 행위는 현행법 상 엄연히 범죄 행위이건만 책을 읽어가는 독자 들의 입장에선 이들의 선택을 어쩔 수 없이 이해하게 됩니다. 응원하고 존중할 수까진 없지만요..
사실 이러한 일은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언론에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도덕성을 욕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과연 이러한 불우한 이들을 지탱해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소설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지만 의외로 이런 어두운 이면을 다룬 소설은 추리나 공상과학, 판타지 소설 등에 비해 자주 찾아보기가 어려운 듯 합니다.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에 접근해 준 작가와 이런 작품에 대상을 준 세계문학상 심사위원 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