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난난 -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속삭임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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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속삭이듯 말하는 대화를 일본어로 표시한 단어, 초초난난... 달팽이 식당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 일본의 여류 작가 오가와 이토의 작품입니다. 말초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상황을 묘사해내는 그녀의 문체가 자칫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전혀 오해일 뿐입니다. 그러하기에 오히려 읽는 재미를 더하는 작가이죠..



첫사랑과 결별한 이후 엔틱 기모노 전문점을 운영하며 조용하게 살아가던 시오리에게 어느날 불현듯이 두번째 사랑이 찾아 옵니다. 늘 좋은 향을 품기는 기린을 닮은 남자 하루이치로... 그러나 그는 이미 딸까지 있는 가정을 가진 유부남입니다. 하루이치로에게도 시오리는 가벼운 의미의 만남이 결코 아닙니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봄을 지나 다음해 봄까지 1년을 끌어 갑니다.

시오리의 가정은 어머니의 바람기로 인해 이미 깨진 적이 있기에 그녀는 이 사랑이 언젠가는 끝을 볼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사랑은 시작되었고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픔은 오롯이 그녀의 몫, 아니 하루이치로의 몫이기도 합니다.


달팽이 식당의 저자답게 그녀의 소설 곳곳에는 식욕을 자극하는 요리, 취식 장면이 무수히 등장합니다. 다양한 일본, 퓨전 요리가 소개되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군침이 넘어갈 정도로 그 묘사가 세밀합니다. 또한 4계절을 넘기면서 맞게 되는 일본의 여러 세시 풍습이 소개되는데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정말 많은 공감을 느끼면서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소위 '불륜'을 그린 소설이지만 그 과정이 결코 추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시오리의 감정 변화를 그대로 느끼면서 읽게 되면 어느새 흠뻑 빠져 들게 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소설입니다. 주위에서 뭐라 하더라도 사랑이란 감정 자체는 이를 직접 겪는 두 남녀에게만 해당하는 사안이니까요.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계절이 바뀌면서 언젠가는 끝이 보이는 그들의 사랑이지만 소설 속에서나마 그들의 봄을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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