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망원경
박종휘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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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휘 작가의 연작 소설 주먹 망원경은 소설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지고지순한 사랑, 어찌 보면 현실에선 도저히 볼 수 없는 사랑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부연된 평론가의 글에 의하면 1930년대 말 박계주 작가의 순애보라는 소설이 힛트했다고 하던데 어찌 보면 이를 계승한 소설이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순애보를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80여 년 전 소설에 묘사되었던 희생적 사랑이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구현되었다니 이 소설이 지니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습니다.



3부까지 이어지는 연작 소설의 화자는 각각 다릅니다.

1부는 약혼자가 있지만 10년 연하 제자의 저돌적인 사랑 고백에 흔들리는 여교사 현서영이 화자입니다.

2부는 현서영과 결혼하게 되었지만 화재로 큰 화상을 입은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녀의 제자에 대한 의구심으로 괴로워하는 백준규의 시선으로 전개되고, 3부는 끝내 현서영과 결혼에 성공하지만 그녀의 죽음을 지켜봐야 할 처지에 놓인 제자 한정호가 화자로 등장합니다.

서로 극명하게 갈린 입장의 그들이 각각 화자로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절묘하게 이어지며 서로의 사랑을 어느 정도까지는 인정하는 단계로 발전하게 되죠.. 준규는 자신보다 훨씬 더 서영을 사랑할 수 있는 정호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러나 대승적이고도 지고지순했던 그들의 사랑은 조금씩 비극으로 치닫게 됩니다..

어찌 보면 설정 자체가 조금은 억지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평론가의 표현대로 대학생과 창녀의 사랑을 그려낸 죄와 벌이라든지 춘희 같은 명작 역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은 아닌 것이죠.. 이 소설 또한 심히 극한 설정을 유지하기에 오히려 사랑의 지고지순함이 더욱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읽는 재미는 확실했던 소설이었고, 세 주인공이 겪는 심경 변화에 초반부엔 공감이 가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이해하게끔 만들어내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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