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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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르메트르의 '우리 슬픔의 거울'은 무려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장편 소설입니다. 책 두께만 보면 처음부터 압도 당하게 됩니다.. 이걸 언제 다 읽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죠..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단 하루면 충분했습니다. 물론 밥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한 제 퇴근 이후의 자유 시간은 모두 1940년 프랑스의 상황에 빠져 있어야 했죠..


굉장히 늦은 나이에 문단에 등장한 르메트르는 출간한 대부분의 소설이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나온 유명 작가입니다. 아쉽게도 그의 작품을 그간 전혀 접해 보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자주 만나게 될 듯 합니다.

이 소설은 2차 대전 발발 후 독일과의 결전이 이뤄진 1940년 프랑스의 3개월 정도의 시기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2차 대전은 대부분의 주요 전투가 동부전선에서 이뤄졌고 프랑스야 워낙 빨리 무너졌기에 전쟁 씬에 있어 큰 긴장감은 없을 줄 알았는데 잘못된 선입견이었습니다..


전쟁을 정면으로 접하게 된 몇 명의 주인공격 인물 들의 상황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당시의 긴박했던 프랑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은 전반부 초등교사이자 파트타임 웨이트리스인 루이즈, 마지노선에 배치되어 있다 결국 탈영까지 하게 된 군인 가브리엘과 라울, 천재적인 사기꾼 데지레를 중심으로 나아가다가 후반부 헌병대원 페르낭이 등장하면서 더욱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그럼에도 '악마 같은 플롯을 지닌 책'이라는 르 파리지엥의 평론처럼 어느덧 이들의 이야기는 점점 하나로 뭉쳐지게 됩니다.. 이를 좇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고 왠만한 스릴러나 추리 소설 못지 않은 긴장감을 내내 유지하게 만듭니다.


정상국가로 존재하고 있었지만 2차 대전을 정면으로 맞게 된 프랑스는 어느 의미에선 20세기 이후 최고의 비상 시기였던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어찌 보면 평범한 개인 들이 겪게 되는 조국의 함락 과정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았겠죠..

개인들이 겪는 상황을 중심으로 소설은 전개되지만 당시의 프랑스가 처한 국난의 과정 역시 생생하게 읽혀집니다. 작가의 세심한 역사 고찰 또한 함께 있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쨌든 굉장히 재밌는 소설입니다. 문학적으로도 손색 없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 들의 일탈, 부조리 등이 절묘하게 블랙 유머로 곁들여진 소위 '읽는 재미'를 내내 느끼게 했던 작품이기도 하구요.

피예르 르메트르.. 개인적 소견이지만 이제부턴 일부러라도 찾아서 읽어야 할 작가가 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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