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로서도 지저분한 직업으로 통하던 연탄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17세의 마산 소년 지유.. 1960년 이승만 정부의 부정 선거에 대항해 일어났던 4.19 혁명의 와중에 제일여고를 다니던 동갑 내기 여고생을 구하게 되고 그 인연은 돌고돌아 평생을 이어지게 됩니다.
평소 언감생심이었던 교복 입은 여고생과 잠시나마 친구가 되기도 하고 그때 품었던 연정은 70대 노인이 된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4.19 혁명은 많은 학생, 시민 들이 독재 정권의 총탄에 쓰러졌지만 결국 이승만 정부를 무너 뜨린 대한 민국 역사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입니다. 바로 그 날이 소설의 진주인공 지유 개인에겐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축제였던 것이죠.
소설은 지유와 그의 아들 세헌, 손녀 민서의 삶이 시대를 넘어 교차적으로 등장하며, 지유의 인연이었던 현미의 미스테리한 삶 역시 중간중간 등장합니다. 비록 서로간 엇갈림과 갈등이 있었지만 어느덧 해피엔드로 소설이 마무리되어 가나 하는 시점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반전이 등장하며 상당히 허탈한 결말이 독자를 기다리게 되죠..
반전부를 제외하더라도 상당히 재미있게 쓰여진 소설이었습니다. 50년 간의 긴 세월이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어나가는 묘사 속에 눈에 쏙쏙 들어 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교복을 입은 학생과 작업복을 입은 소위 '공돌이'와의 신분 격차는 안타까움을 넘어 씁쓸함까지 남기게 되죠..
어찌 보면 그러한 사회적 격차를 없애기 위해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들은 치열하게 싸워 왔고, 한편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다소 요원해 보이는 사회 개혁, 빈부격차 해소... 수구로 회귀하고 있는 국내 정치 등등,..
작가가 굳이 반전 부분을 집어넣으면서까지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이런 부분의 괴리 아니었을까요?
축제는 그 순간 너무나 즐겁지만 한순간에 지나가 버리는 일시적 행사일 뿐입니다. 매일매일을 축제처럼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축제 같은 날이 인생 전반에 걸쳐 하루이틀 쯤은 있을 수 있겠지만 주어진 현실은 큰 변함이 없을 것이기에 결론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던 소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