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 유럽에서 아시아 바이킹에서 소말리아 해적까지
피터 레어 지음, 홍우정 옮김 / 레드리버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적... 사실 이제는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소재이거나 가끔 뉴스에서 나오는 소말리아 해적 등의 기사를 통해 그런게 있구나 하는 정도의 존재이죠..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인지 중세의 해적단을 바다의 로빈훗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영국의 1년 세수 수입보다 더 많은 재화를 국가에 안겨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게 기사로 까지 임명되고 염문설까지 뿌렸던 드레이크 같은 성공한(?) 해적도 존재하니 그럴 수 밖에요..

그러나 이 책을 쓴 작가가 대학에서 이른바 테러학을 강의하는 교수임을 알게 되는 순간 작가가 쓰고자 했던 해적이란 존재가 보다 구체적 실체로 다가오게 됩니다.



책은 역사적 연대에 따라 700~1500년까지, 본격적으로 제국주의 시대가 시작되기 시작한 1500~1914년까지.. 그리고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해적의 역사와 활약상, 그리고 그들이 출몰했던 배경을 테러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있어 왔던 해적은 결코 낭만적인 존재도 아니었거니와 전투에 있어 물불 안가리고 덤비는 용감한 이들도 물론 아니었습니다.

그 와중에 생활고로 인해 자생적으로 해적이란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상당수의 해적은 오로지 일확천금과 명예를 노리는 이들이었고 중세 이전 여러 국가 들에 의해 장려되거나 육성되는 경우 또한 많았습니다.

아예 전 국가적 차원에서 해적질을 하던 바이킹은 물론이거니와 적의 함선을 약탈하는 것은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자국을 살찌우고 적을 피폐하게 만드는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었으니까요.

이를 단순한 의미의 해적과 구분되는 사략선이라고 지칭하는데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특히 영국 등 해상 강국 들은 해적을 마치 해군 키워내 듯 육성해 상대 국가를 무진장 털어대는 행위를 서슴치 않았죠.


해적이 힘을 키우면 망망대해에서 배를 찾아다니는 행위보다 아예 해변 마을을 통째로 약탈하는 정책을 펴곤 했는데 바이킹을 비롯 서양 해적들도 자주 써먹었지만 한반도 역시 이런 약탈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바로 왜구 들의 존재였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사실 왜구와의 싸움을 통해 명성을 날리고 힘을 키웠던 케이스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결사적으로 싸울 때도 있지만 해적 대부분은 전투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평입니다. 한번의 전투에 목숨을 거는건 애국심을 갖춘 군대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부귀영화를 꿈꾸는 해적들에게 그닥 어울리지 않는 행위였으니까요.. 물론 토벌선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하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했지만요..

20세기 들어 각 국의 중앙집권이 확립되고, 가치관이 변하고, 국제법이 제정되는 등 해적이 설 장소는 이제 거의 없어진게 사실입니다. 예전처럼 해적질 하다간 당장 드론 공격 맞아 배 자체가 날라가는 판일테구여..

그럼에도 소말리아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해적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은 예전의 해적들과 달리 스스로 자원해서 해적이란 직업을 가진게 아닙니다. 중앙정부의 부재, 그리고 다국적 어선들의 저인망식 어업 행위에 따른 피해를 감당 못한 빈국의 주민들이 떠밀리다시피 선택하게 된 것이 바로 해적질입니다.

세계화의 과정에서 제대로 편입되지 못한 나라들은 어쩔 수 없이 최빈국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여기 속한 이들의 선택은 목숨을 건 노획질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을 몰아세웠던 선진국의 배나 자원이 이들의 노림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