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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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들고 든 생각은 '정말 두껍구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손으로는 다루기도 힘들 정도로 두꺼운 소설.. 무려 600페이지가 넘습니다. 이걸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은 다행히도 기우였습니다. 한번 손에 쥘 때마다 100여 페이지씩 쉴 생각도 하지 않고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기 때문이죠.


아직도 20대에 불과한 프랑스의 젊은 작가인 조나탕 베르베르, 자신의 첫 장편 소설을 정말 재미있게 집필했습니다. 어째 베르베르란 성을 가진 작가들은 글을 재밌게 쓰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나 봅니다.

소설의 배경은 심령학이 기승을 부리던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합니다. 세계 최초의 심령술사로 알려진 폭스 자매와 역시나 사설 탐정 사무소로는 최초로 간주되는 핑커튼 사무소 등 실존 인물과 기관이 등장합니다.

한마디로 폭스 자매의 심령술이 사기임을 밝혀내고자 하는 핑커튼 탐정 사무소와 이에 고용된 여성마술사 제니의 활약을 그린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분을 속이고 폭스 자매들에게 접근한 제니는 판판이 신분이 노출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집니다. 그럼에도 특유의 기지와 임기 응변을 통해 조사를 계속하게 되는데 숙련된 마술사인 제니의 눈에도 폭스 자매의 심령술은 사기가 아닌 진실로서 보여지게 됩니다. 과연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게 될까요...


상당히 유쾌한 문체로 쓰여졌기에 피를 말리는 긴장감이나 공포심이 드는 추리 소설은 결코 아닙니다. 굳이 결론을 내리자면 젊은 여성 마술사 제니의 재미난 모험극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19세기 후반의 뉴욕과 그 주변을 어찌나 세밀히 잘 표현해 냈는지 일종의 역사 소설로 보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실존했던 폭스 자매와 핑커튼 탐정 사무소가 등장하기에 서사의 핍진성 역시 잘 확보된 듯 합니다.

역시나 재미난 소설은 그 두께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두꺼웠어더라도 기꺼이 읽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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