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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와 마고의 백 년
매리언 크로닌 지음, 조경실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1월
평점 :
레니와 마고의 백년..... 상당히 특이한 제목의 소설이었고 내용 또한 상당히 독창적이고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길게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고 평해야 되겠네요.
메리언 크로닌은 이제 33세가 된 영국의 소설가입니다. 그녀의 첫번째 장편 소설이라고 하는데 첫번째 소설이 그 작가의 최고의 소설이 되는 경우가 워낙에 흔한 법이죠.. 물론 나이가 있는만큼 그 이후의 작품 역시 기대됩니다.
어찌 보면 어린 소녀와 노인의 진한 우정을 그린 소재면에서는 그리 특별할게 없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17세의 소녀는 불치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노파 역시 곧 죽음을 맞아야 할 83세의 나이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두 주인공의 우정은 특별함을 부여 받습니다.
작중 레니는 또래 친구들보다는 나이 지긋한 아서 신부, 80대 노인 마고 등과 지속적으로 우정을 나누는 관계를 맺게 되는데 앞으로 그녀가 결코 경험하지 못할 연령대의 삶을 살아간 이들에 대한 동경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들의 과거, 현재에 공감하면서 그들의 삶을 자기화 시켜내는 것이니까요.
죽음 앞에서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은 막연한 공포와 까닭 모를 분노를 느끼게 되는 법입니다. 인간 스스로가 워낙에 완성된 생명체이기에 단 한번의 삶만을 부여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살아온 생 역시 처음이듯 죽음조차도 인간에겐 그저 처음 겪어야 할 일 따름입니다.. 레니와 마고는 나이 차이는 잊은 채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지켜보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조금씩 극복해 나갑니다.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남은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이죠..
어느 현실인가엔 반드시 존재할 것처럼 느껴지는 레니와 마고의 우정과 사랑....
굉장히 매력적이고 한편 감동적이면서 또 한편 위트가 넘치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