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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쁜영화 100년 - 역사의 기록과 영화의 기억
ACC 시네마테크 기획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2021년 12월
평점 :

1919년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가 한국 최초의 영화로 공인된 이후 국내 영화의 역사도 어언 100년을 넘겼습니다.. 그간 무수히 많은 영화 들이 관객 앞에 선보였고 기생충 같은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빛나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는 일제 강점기 시대와 기나긴 독재 시대를 거쳐와야 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추악하다 할 정도의 검열과 규제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도 불의에 대한 저항은 존재하는 법.... 지배층의 구미에 맞는 영화에서 벗어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하는 영화인들의 시도는 계속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를 소위 '나쁜 영화'라 칭합니다. 즉, 일제나 군사 독재 정권 차원에서 보기엔 전혀 선량한 영화가 아니었던 것이죠...
우선 이 책엔 나쁜 영화로 분류되는 30여 편의 영화를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후반부엔 이 영화 들을 직접 제작한 감독 등 관계자 들과의 대담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 제작 배경 등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나름 영화 좀 봤다고 자부하는 저마저도 일제 시대 당시의 영화 들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 본 적이 없는 영화 들이기도 합니다..
사실 목록에 나온 대부분의 영화 들은 철저하게 검열되어 수십 군데를 가위질 당하거나 조기 종영 등의 조치 땜에 관객에게 제대로 나설 기회조차 잃었던 작품 들이죠..
대담에는 빨치산을 인간적으로 그려냈다고, 철거민이나 현실 상황을 그대로 찍어 냈다고 정권의 검열을 받아 창조적 욕구를 억압 받아야 했던 영화인 들의 처지가 여실히 그려집니다..
특히나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탄압은 오히려 일제 시대를 능가할 정도더군요. 반공 영화가 노골적으로 찬양 받고, 조금이라도 사회 비판적 의식을 갖는 영화 들은 철저하게 규제를 받아야 했습니다. 영화 산업의 발전이 더디고, 입체적이고 창조적인 스타일의 한국 영화가 나오지 않았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규제는 소위 '블랙리스트'라는 이름 하에 공공연히 자행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규제가 거의 사라진 지금에 와서야 기생충 같은 영화가 등장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란 생각이 드네요.
누군가에겐 나쁜 영화가 누군가에겐 현실을 그대로 인식하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끄는 좋은 영화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100년 가까이 규제 일변도 속에서 살아왔던 한국 영화의 방향성은 앞으로도 계속 '나쁜 영화'를 만드는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쁜 영화..... 그리고 이를 만드는 영화인들.....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