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반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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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것이 바로 '리아의 나라'라는 논픽션 기록 문학입니다. 결론적으로 걸작이란 말이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더군요.


80년 대 실제로 있었던 몽족 난민 소녀 '리아'의 뇌전증 투병기를 그려낸 리아의 일기는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라 몽족과 그들이 이주해 온 미국 사회와의 문화 갈등, 베트남전쟁에 이용당했던 몽족의 슬픈 근대사, 그리고 당시 미국 의료 체계의 불합리성 등을 날카롭게 그려낸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지닌 저서입니다.

흔히 묘족으로도 불리우는 몽족은 주로 고산지대에 위치해 살면서 굴하지 않는 기개를 가진 소수 민족입니다. 자신만의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타 종족과 교류를 절대적으로 꺼리기에 당연히 지배 민족과의 마찰을 늘상 있어 왔습니다. 중국에서 밀려난 그들은 라오스 고산 지대에 터전을 잡아 수백년 간 자치를 누리며 살아오던 상황에서 베트남 전쟁을 맞게 됩니다.


30만, 최대 40만으로 추정되는 라오스 몽족 중 미국의 군대로 활용된 숫자는 무려 3만명 이상입니다. 전체 인구의 1/10이 미국 편에 서서 북베트남, 라오스 해방군과 싸웠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에 패전한 미국은 극렬 추종자 수백 명만을 탈출시켜줬을 뿐 나머지 몽족 거의 전체를 공산화된 인도차이나 반도에 방치해 버립니다. 몽족은 극렬한 탄압에 봉착하게 되죠.. 수많은 몽족 부족 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아이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죠.

결국 이들은 태국으로 민족 대부분이 이주를 택하게 되고 난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중 일부는 미국으로의 이주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가져왔던 고유의 민족 문화와 미국의 서구 문화는 극렬한 충돌을 빚게 됩니다.

'석기 시대에서 현대로 건너온 사람들'이란 표현이 당시 미국인들이 몽족을 바라보는 시각 그 자체였습니다.

1982년 부모의 미국 이주 직후 태어나 생후 3개월 차에 과거 흔히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을 심하게 앓게 된 몽족 소녀 리아는 이후 4년 여간 17차례의 입원을 반복하는 등 병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증세는 더욱 심각해져 갑니다. 이 와중에 누구보다 리아를 아꼈던 그녀의 부모는 병원에서 규정한 약물 복용량을 어겼다는 이유로 6개월 간 친권을 박탈 당하기까지 하구요.

애초 리아의 증세를 혼이 잠시 몸을 빠져 나가는 증세로 봤던 몽족 부모와 뇌세포의 특정 부분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발작으로 나타난다고 판단하는 미국 의료진의 마찰은 필연적이었습니다. 부모는 리아의 혼을 되찾기 위해 닭이나 소를 잡아 제물을 바치고자 했다면, 의료진은 약물의 효능만을 강조했습니다.

서로 간의 문화 차이와 결코 다른 사회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각자의 태도는 결국 비극으로 치닫게 됩니다.

결국 리아는 병원에서 뇌사 진단을 받고 그녀를 그렇게나 괴롭히던 뇌전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언어 소통의 문제만은 아니었고, 이후 이 상황을 회고하는 이들은 문화적 통역사가 절실히 필요했다고 이구동성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리아는 책이 발간되는 97년 시점까지 죽지 않고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살아 있었습니다. 비록 정상적인 몸상태는 아니었지만요..



난민이 들어오는 상황이 되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주로 종교라든지 그들의 문화.. 생김새 등의 이유를 들어서죠..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를 여행하면 그 나라 사람들을 미개하다고 무시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게 존재합니다.

우리 역시 얼마전까진 서구 사회로부터 그런 취급을 당했다는 사실, 우리 역시 한때는 난민으로 세계 곳곳으로 이주했어야 했다는 사실을 잊은채 말입니다.

'리아의 나라',,,, 한 권의 책일 뿐이지만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는데 정말 좋은 교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군다나 재밌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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