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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주의자 고희망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자음과 모음 출판사는 꾸준하게 청소년문학집을 펴내고 있습니다. 이미 90편을 넘어 100편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청소년문학이란 타이틀을 붙이고 있다해서 성인 독자들이 배제되는 유아틱한 내용 들은 결코 아닙니다.
이번에 읽게 된 종말주의자 고희망이란 소설 역시 어린 동생의 사고사에 따른 트라우마, 성소수자 문제 등을 정면으로 다룬 책으로서 많은 생각할꺼리를 제공하는 소설입니다.
작가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대를 10대로 규정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청소년 소설을 쓰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여야 할 10대지만 생각보다 이 시기를 힘들게 넘기는 이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10세란 어린 나이에 6세의 남동생을 교통사고로 잃은 15세 소녀 고희망, 이후 부모님과의 관계도 왠지 모르게 서먹해지고 교우 생활 또한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도하나 지수를 제외하곤 폭이 그다지 넓지 않습니다. 성적은 전교 1등을 달리지만 딱히 부모에게 밝혀 자랑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온라인에 자신의 창작 소설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소설의 내용이 심상치 않습니다. 종말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소설이 매조지될 때마다 모든 등장인물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녀의 현재 심리가 고스란히 표현되는 것이죠.
가족 중 유일하게 그녀와 친하고 그녀를 이해해 주는 이는 일류대를 나와 일류 직장을 다니는 소위 엄친아, 삼촌 고요한 뿐입니다.. 가족뿐 아니라 주변 모든 이들에게 사랑 받고 인정 받는 삼촌이 자신을 아껴 준다는 사실에서 고희망은 약간이나마 위안을 얻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느 날 삼촌이 남성을 좋아하는 성소수자임을 우연히 알게 됩니다. 이 사실로 인하여 삼촌은 사회생활 등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게 되죠..
그러나 희망이는 그런 삼촌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열심히 응원하기로 결심합니다.
삼촌과 함께 참여한 퀴어 페스티벌에서 이젠 혐오의 종교로 변신한 개신교계의 격렬한 반대를 목격하게 되고 교회에 매달린 삶을 살아가는 할머니와의 관계 또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동성애는 무조건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할머니.. 그리고 그 할머니가 여태껏 자랑스러워 했던 아들...
과연 이들의 꼬인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동생을 잃었다는 트라우마에 사로 잡혀 서로에게 무심했던 희망이 가족은 화해를 이뤄 낼 수 있을런지요...
종말이 있을 것이라 믿는 세상에선 오히려 희망도 강해지는 법입니다. 먼저 간 동생 소망이를 빨리 보기 위해서라도 종말이 있기를 바라는 희망이지만 그럼에도 현재 남은 삶을 보다 가치 있게 쓰기로 결심합니다...
그러하기에 이 소설은 주인공의 이름과 같이 희망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감동도 함께 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