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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다카시마
진현석 지음 / 반석북스 / 2022년 8월
평점 :
현재까지도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 시절 징용공과 위안부에 대한 개별적 보상을 일체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60년대 초 박정희 정부에게 지불한 배상금으로 개별적 보상 또한 완료되었다고 보는 것이죠.
이는 한일합방이 국가간 조약에 따라 이뤄진 명목 상이나마 합법적인 결과물이었다는 일본의 현대사 인식과 궤를 같이 합니다. 한일합방 자체가 일 제국주의 침탈에 따른 불법이었다고 보는 한국인들의 정서와는 괴리된 시각이죠.. 북한은 아예 일본의 배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한국 내 정치세력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이젠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아질수록 배상 문제는 실제로 잊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에 거주하던 작가는 어느날 불현듯 찾게된 다카시마 섬에서 운명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역사적 사실을 소설로서나마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소설은 그 결과물입니다.
다카시마는 유네스코 유산으로도 선정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군함도 바로 옆에 위치한 섬입니다. 원폭이 투하되기도 했던 나카사키 현에 소속된 섬입니다. 군함도 못지 않게 많은 징용공 들이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수탈 당한 장소이죠..
일제 강점기 시대를 살아갔던 한 인물의 역사, 한 가족의 역사, 일제 수탈의 역사가 이 소설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군국주의화된 일본이 일으킨 거대한 전쟁 앞에 일본의 국민들뿐 아니라 식민지 조선의 국민들의 인권은 그야말로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주인공 기영과 히로시는 이러한 거대한 폭풍 속에 던져진 힘없는 민초에 불과했죠..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했고, 어떻게든 이런 부조리한 과정을 벗어나고자 했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찾고자 했던 이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억지로 동원된 조선인들은 참혹한 노동환경과 감시 속에서 차례로 목숨을 잃어갑니다. 일본의 재정이 피폐해진 관계로 약속된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야말로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이런 상황을 직접 겪었던 생존자 들이 일본 정부와 당시 채용을 빙자해 이들을 강제 노동에 동원했던 기업들에게 밀린 임금의 지급 등 개별적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란 생각이 듭니다.
보다 발전하는 양국과의 관계를 위해 더 이상 비극적 과거에 매몰되지 말아야 하고 개별 보상금 지급 요청 또한 접어둬야 한다....라는 의견 또한 어느 정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그 시대에 직접적 침탈을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가 그 시대를 억지로나마 살아야했던 징용공 들이나 위안부 들에게 무조건적인 화해를 종용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무거운 소재였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한다는 결론을 안겨줬던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