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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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리아킴의 에세이.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을 한다는 것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직성이 풀릴 때까지 이것들을 해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이 에세이 속의 리아킴 작가님의 글체는 읽기 쉽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할 때 꽤나 망설이고 미루는 것이 많은 나와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이라. 이 책을 읽는 내내 간접적으로나마 내 현실의 답답함이 무엇인지를 바라보게 되었고. 더불에 배울 점과 영향력이 많았던 책이다.


망설이기만 하면 바뀔 그 무언가는 희박하다. 인생에서 뭐가 되던 안되던 어쨌든 일단은 그 무언가를 시작하고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한 걸음의 용기가 가장 필요한 나에게 이 고마운 책이 다가온 것은 행운일 듯하다.


각각의 무대에서 스스로 아름답게 빛나는 귀한 인생을 위해. 소울 가득 춤추듯 순간순간을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 집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냉정히 바라보고.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보게 되었다. 원하는 방향의 단 한 걸음을 시작하며 디디기 위해 이 또한 망설이지 않으리라.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선택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거기에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확신이란 것.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좀 험한 길이라도, 결국은 목적지까지 가보자 싶다. 목적지가 생겼는데 가는 길이 걱정돼서 망설인다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목적지가 내가 생각했던 곳과 같은 곳인지 다른 곳인지는 거기 가봐야 안다.  -p.78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황홀함은 안타깝게도 3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걸. 대회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나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지하 연습실에 있었다. 며칠 지나면 다시 또 돈에 쪼들려야 했고, 호텔방 대신 고시원 작은 침대에 몸을 뉘어야 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사람들을 붙잡고 “제가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최고 댄서예요.”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대회든 우승을 하고 돌아오면 늘 반복됐던 일상이었다. 제아무리 세계 1등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p.99-100


거울을 봤다. 살을 빼고, 까만 단발머리를 한 내가 마음에 들었다. 이 모습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졌다. 이런 내 모습, 지키고 싶다. 계획적이고 다듬어진 나로 살고 싶다. 계속 철저하게 이렇게 살고 싶다.  -p.195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다른 나를 만나야겠다. 어제 먹다 남은 음식을 먹던 아이가 아침에 주스를 만들어 마시고, 정해놓은 운동을 한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생각한 대로. 계획을 짜서 체계적으로. 나의 매일은 내가 선택하는 대로 흘러가니까.  -p.210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면 하면 된다. 해보면 알게 된다. 이제 나는 내가 추고 싶은 춤을 준다. 그리고, 나의 춤을 준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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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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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졸리면 그냥 주무세요" 이 작가님의 글은 정말 매력덩어리다!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엄청나게 귀엽게 느껴지는 이 독특한 에세이 속 많은 에피소드들은 자잘자잘 조용조용 나긋나긋하면서도 신선하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는 밤새 판타스틱하고 희한한 모험을 하게 해줬고 [펭귄 하이웨이]에서는 삶과 죽음, 지구의 환경 등에 관한 꽤 심오한 이야기를 놀랍게도 도시 한복판에 펭귄들을 뿅뿅 불러내며 이야기를 펼쳐주던 모리미 도미히코 작가님.


이런 독특한 상상력의 원천을 날것 그대로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이 에세이를 열어보고는 나의 상상보다 훨씬 여리여리한 작가님의 감성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책을 받았을 때는 생각보다 벽돌 책이기도 하고. 굉장히 사세한 묘사들이 많은 글체라 읽는데 다소 시간이 좀 걸리기도 했기에. 읽다가 졸리면 주무시라는 작가님 글을 핑계로 독서하다가 숙면을 해보리라 마음먹고.


읽다가 졸릴 부분은 대체 어디일지 궁금하기도 해서. 밤에 자기 전에도 이 책을 펼쳐 읽어보곤 했는데. 조용히 피식거리게 될 정도의 은근한 유머들도 많이 들어있고. 호기심이 유발되는 글들도 많아서 특별히 크게 졸릴 틈은 없었다.


작가님의 기록들을 보니. 일상을 관찰하다가 그것이 작은 모험들로 이어지는 것 같다. 나도 일상을 모험으로 관찰하며 살아보면 좀 더 흥미롭고 재밌는 무언가를 나의 일상에서 많이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과 작은 두근거림이 스믈스믈 피어오른다.




도미히코 씨가 좋아하는 것은 '소소한 탐험'이다. 슬쩍 나갔다 슬쩍 돌아오는 것이다. 이를 테면 퇴근길에 집 근처 역에서 집까지 가는 도중에 넌지시 골목길로 빠져보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신비스러운 저택을 발견하거나, 오래된 지도를 켜켜이 쌓아둔 고서점을 찾아내는 등의 일탈이 그에게 다음 마감을 넘기기 위해 필요한 영감을 가져다준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이런 행위는 '산책'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소소한 탐험'인 것이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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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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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완독하고 제목처럼 다시 첫 장부터 새롭게 열어보게 되는 [브링 미 백]



처음에는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 거지? 결말이 너무 궁금하네!'라고 생각하며 계속 가독성 있게 읽게 되는데. 스릴러 소설이 지녀야 하는 흥미진진함을 잘 유지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시선을 놓치지 않게 하는 작가의 역량이 좋았다.



요즘 같은 무더운 휴가철에 소설 속 주인공들의 심리를 추리를 해보면서 지루함 없이 쭉쭉 재밌게 즐기기 좋은 스릴러 소설. 작가의 흥미로웠던 전작들의 서스펜스 조합이 이 소설에서도 역시 읽는 내내 독자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잡아 이끈다. 이렇게 'B.A.패리스'의 글체가 가진 매력은 여전히 돋보였다.



"네가 망가져버렸으면 좋겠어. 내가 원하는 대로 다시 조립할 수 있게." 무시무시한 이 대사의 심리가 안타까우면서도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처음엔 쫄깃한 서스펜스와 궁금증으로 시간 순삭 하다가. 두 번째 다시 되돌아보며 읽을 때 작가가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위해 숨겨 놓은 여러 가지 떡밥들을 여유롭게 다시 회수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렇게 놓쳐버린 떡밥 회수를 위해 다시 지나간 앞 부분들을 흥미롭게 열어보게 되는 책이 스릴러 소설로서는 가장 매력적인 것 같다.



-p.s 더불어 이 책의 표지 디자인 또한 정말 매력적이다!




단어들이 눈앞에서 춤을 추듯 아른거렸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눈에 초점이 맞춰졌고, 편지를 읽는 동안, 내 세상 전체가, 내가 만든 나만의 세상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p.181


그토록 핀을 사랑하면서도 그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다는 게 아직도 놀랍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핀이 망가지길 바란다. 그래야 그를 내가 원하는 대로 다시 조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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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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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이 딸에게 남긴 한 편의 미완성 동화가 칼데콧 수상자들에 의해 10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아름다운 책으로 재탄생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야기의 시각이 굉장히 매력적인 동화로 몽환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삽화가 어우러져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아우라로 탄생한 책.


마크 트웨인이 딸에게 즉흥적으로 지어내 들려준 이야기의 뒷부분을 동화 작가 필립 스테드가 이어가며 주고받는 식의 표현이 신선했다. 더불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의 시각에서도 새롭게 나의 상상력을 재편성시키며 읽게 되기도 했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흥미진진한 동화가 신비롭게 펼쳐진다.


마크 트웨인이 어떤 마음으로 딸에게 이 동화를 지어내어 들려주었으며. 함께 시간을 보냈는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 동화를 통해 와닿는다. 딸아이의 관심과 즐거움을 위해 즉흥적으로 맛깔나게 만들어낸 동화. 아이의 흥미를 순식간에 이끌어내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매력을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책. 순식간에 집중해서 몰입하게 되는 즐거움을 준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니'라는 소년인데. 안타깝게도 불행한 가정사. 그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여행. 이런 모험을 통해 새롭게 만나게 되는 여러 동물들의 세계. 이렇게 동화가 가진 충분한 매력을 바탕으로. 이 책은 펼치자마자 마크 트웨인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오랜만에 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동화의 세계에 빠져들게 해준 소중한 책.




세상은 아름답고도 위험해

기쁘기도 슬프기도 해

고마워할 줄 모르면서 베풀기도 하고

아주, 아주 많은 것들로 가득해

세상은 새롭고도 낡았지

크지만 작기도 하고

세상은 가혹하면서 친절해

우리는, 우리 모두는

그 안에 살고 있지  -p.99


이야기는 개울물이 언덕을 흘러 내려가 울창한 숲을 지나갈 때처럼 흘러가야 한다. 개울물은 커다란 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쭉 뻗은 산줄기를 만날 때마다 흐름이 바뀐다. 흐름에 따라 형태는 바뀌지만 강바닥에 깔린 돌멩이나 자갈 때문에 멈추지는 않는다. 개울물은 한시도 직진하는 법이 없지만 씩씩하게 쉬지 않고 흐른다. 때로는 문법에 어긋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말편자를 몇백 미터나 실어 나르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한 시간 전에 지나친 곳으로 돌아와 계속 맴돌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계속 흐르고 흐른다. 여기에는 단 한 가지 법칙만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야기에는 아무런 법칙도 없다는 것이다. ㅡ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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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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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시가 만나 잠시 잠자고 있던 아련한 감성을 움직인다. 미술관에 조용히 홀로 와서 찬찬히 감상하는 아름다운 사진처럼. 이 책은 정적이고 고요하게 자신만의 소통 방식을 전달한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크고. 마치 하나의 작은 미술 조각품들처럼 짧고 간결한 감성의 글 또한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책.


아마도 이 책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감성만큼 색다르고. 각자의 경험과 생각만큼 서로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펼쳐지고 있을 생각에. 그것을 상상하며 보는 흥미로움이 문득문득 느껴졌다.


어느 날 문득 옆에 있던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는 순간을 상상한다. 이 책 속에서 그날은 과연 어떤 사진이 나올지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가 되어봐도 좋을 것 같다. 마치 음악처럼 사진과 글이 책 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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