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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 책과 콩나무를 통해 흐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서혜진 저자의 <법정 밖의 이름들>

이 작품은 변호사이자 법률가로 활동해온 서혜진 작가님께서 법의 테두리 안팎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기록한 법률 에세이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단순히 법률 해설서나 사건 기록이 아니라,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채 잊히고 지워져 가는, 혹은 피해자 다움을 강요받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인간적인 기록이자 사회적 증언입니다. 가정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딥페이크 피해 등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법이 다루는 사건 너머에 존재하는 개인의 고통과 회복,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의 고립감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변호사의 시간은 대부분 법정 밖에서 존재한다. p13
“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어서 말하기가ㅏ 더 어려워요. 답답해 미치겠는데 어떻게 해요? 토할 것 같아요.“ p51
우리의 틀, 이상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언어를 구사하는 피해자들에게 우리 사회는 충분히 너그러운가? p55
부모가 처벌을 받든 안 받든, 학대의 흔적은 아이들의 내면 어딘가에 덩그러니 남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p65
“변호사님이 꼭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p82
피해자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한순간 설아를 대상이자 사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p87
나는 법이 말하는 정의와 우리가 살아가는 정의가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p104
“관객들은 내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고도 웃어줄까?” P121
피해자는 여전히 법 안에서도 밖에서도 방황할 수밖에 없다. p130

법은 감정을 줄 세우는 도구가 아니라, 각자의 감정을 존중하는 울타리여야 하기 때문이다. p164
피해자의 회복을 도와야 할 법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우리는 자희의 이야기를 두고두고 떠올려야 한다. p180
성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많은 피해자가 낙담한다. p183
“피고인은 유죄.“
채영이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p200
사과를 받았다는 사실은 피해로 얼룩진 마음을 스스로 닦을 수 있는 큰 용기가 된다. p208
가해자의 죽음. 이보다 더 완벽한 가해는 없다. p214
피해자들이 자신을 내던지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각오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것도 당신을 파괴할 만큼의 가치는 없다. p226
감정은 투명한 노동이다. p239
나는 피해자를 위해 변론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람이기보다는, 그들이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곁에 서는 사람이고 싶다. p241
나는 법에도 마음이 있듯 판결문에도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 마음이 있는 법률은 피해자를 혼자 두지 않는다. p250
작가님께서는 법정에서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이 피해자가 자신의 이름과 존재를 되찾는 과정임을 강조합니다. 사건 종결 후에도 지속되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제도권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법이라는 제도가 인간을 온전히 구원하지 못하는 한계를 담담하지만 예리하게 드러냅니다.
작가님께서는 변호사로서 분노하는 관찰자를 넘어 곁에 있는 동행자가 되고자 합니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두려움 속에서도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법정 밖에서도 지켜내는 정의를 번민합니다. 법정 바깥의 이름들을 향한 작가님의 관심과 성실함은,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스스로 다정한 사회를 꿈꾸게 만듭니다. 비단 법률 에세이를 넘어,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고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는 따뜻한 기록으로 남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에세이 내용 속 작가님의 소신, 신념 등이 인상 깊어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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