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또 하나의 멋진 책 발견. 소설가인 동시에 시나리오 작가, 영화 감독이기도 한 저자 브누아 필리퐁(Benoit Philippon). 국내에 첫 소개된 그의 소설 <루거 총을 든 할머니>. 책을 읽어나가면서 몇번이나 책 날개로 돌아와서 저자를 재확인 했는지 모르겠다. 저자가 여성이었나? 분명 남성으로 봤는데,. 하고 다시 떠들러보면 역시 남작가. 저자가 여작가였나? 하고 다시 떠들러보면 역시나 남작가.. 여러가지로 어떻게 이렇게 여성들의 입장을 잘 헤아려써놨는지 경탄을 금치 못했다.

옮긴이의 말 中,

여성과 남성의 평등하고, 인종차별주의는 해악이며, 모든 소수자들, 다시 말해 다수와 다른 이들에 대한 박해는 혐오스럽다. 전혀 새롭지 않아서 울림이 없는 이 명제는 그만큼 당연하고 견고한 것일까? 브누아 필리퐁은 무 수프를 만드는 것보다 총을 다루는 데 더 능숙한 102살의 '루거 총을 든 할머니' 베르트를 통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 명제들이 민주주의처럼 많은 피와 투쟁으로 획득했으나 자칫 방심하면 언제든 무너지기 쉬운 허약한 가치임을 일깨운다.

무언가를 보며, 블랙코미디라는 단어를 처음 떠올려보는 것 같다. 이 작품의 특성을 꼽자면 수도 없이 다양하지만 불현듯 '블랙코미디'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여성 투표권 획득 등 온 풍파를 헤치고 자기 자신을 지켜내온 102살 베르트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며 전쟁에서 여자로 살아남는 다는 것, 흑인으로 살아남는 다는 것에 대해 여러 뜨거운 생각이 솟구쳤다. 이 풍파를 코믹하게 구수하게 (옮긴이 정소미 님의 역할이 너무나 컸다) 때로는 절절하게 분노로 정당방위로 루거 총으로, 삽으로, 눈물로 풀어낸 베르트 할머니에게 처음엔 호기심, 그리고 연민, 동정, 동경, 존경, 분노, 슬픔, 사이다,, 아픔 등 여러 감정으로 매료되었다. 102살 베르트 할머니의 놀랍고도 놀라운 자백, 할머니가 세번째 남편을 지하실에 묻었을 때였나. 상대가 너무하긴 한데 이쯤되면 너무 심하게 묻어버리는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가, 과연 베르트가 이들을 심판?하지 않았더라면 사회가, 또는 신이 이들을 심판해줬을까? 베르트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화통이 터졌지만 그 울화통이 미쳐 다 터지기도 전에 베르트가 그들의 머리통도 터뜨리는 바람에 나의 울화통은 무사했다. 그리고 너무도 절절했던, 너무도 사랑했던 루터와의 이야기. 처음에 루터의 이야기가 짤막하게나마 등장했을때도 여운이 컸는데, 베르트가 루터를 잊지 않았듯이 루터도 베르트를 잊지 않고, 베르트에게로 왔다. 그들은 행복한 중년의 한때를 보냈는데, 아 정말 설마,, 설마 제발 했는데 루터가 나무열매처럼 매달렸을 때, 내 마음에 말랑말랑 따뜻하게 남아있던 그 조각이 떨어져버렸다. 여기서 너무 뼈아프게 해악의 인종차별주의를 느꼈다. 베르트가 루거총으로 가해자들의 머리통을 날려줬지만 그럼에도 베르트와 내 마음은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그들의 머리통을 날리지 않았더래도 그게 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102살의 베르트의 인생에 온전히 20세기의 역사를 담았다. 너무나도 잔인하고 추악했던 전쟁, 그 전쟁으로 인해 합법시 되던 해악들. 폭력들. 그리고 잘못된 여성혐오. , 틀에 가둔 여성의 성 표현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깨부순다. 모든 혐오에 총구를 들이대는 베르트에, 그렇게 자신을 지킬 수 밖에 없었던 베르트에게. 속시원하고 존경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아마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겠지. 나는 베르트 할머니처럼 모든 혐오에 총구를 들이댈 수는 없겠지만, 부당한 혐오에는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호락호락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https://blog.naver.com/112bb_/221657921021

옮긴이의 말 中,

여성과 남성의 평등하고, 인종차별주의는 해악이며, 모든 소수자들, 다시 말해 다수와 다른 이들에 대한 박해는 혐오스럽다. 전혀 새롭지 않아서 울림이 없는 이 명제는 그만큼 당연하고 견고한 것일까? 브누아 필리퐁은 무 수프를 만드는 것보다 총을 다루는 데 더 능숙한 102살의 ‘루거 총을 든 할머니‘ 베르트를 통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 명제들이 민주주의처럼 많은 피와 투쟁으로 획득했으나 자칫 방심하면 언제든 무너지기 쉬운 허약한 가치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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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소 그랑 오텔
고시가야 오사무 지음, 정선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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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에 읽으려고 산 책이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일본 작가 특유의 느낌이 뿜뿜하는 책을 읽은 느낌이랄까. 적당히 힐링하며, 적당히 현실에서 벗어나, 적당히 책에 빠져, 적당히 적당히 읽을 수 있었다.

고시가야 오사무의 <보소 그랑 오텔>을 읽다보면 어느정도 줄거리를 예상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전개를 예측하는 재미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냥 그저 푸른바다와 달빛의 백사장이 아름다운 보소 반도의 쓰키가우라 마을의 나쓰미와 나쓰미의 가족이 운영하는 '보소 그랑 오텔'로 따나온 세명의 여행객. 그들을 보면서 나도 홀로 떠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혼자만의 여행이 필요한 시기란걸 아주 잘 알려준 책.


https://blog.naver.com/112bb_/221673036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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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 명확히 설명 안 되는 불편함에 대하여
박은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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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곤조곤 잘 써놓은 공감덩어리 이야기. 어쩜 이렇게 똑부러지는지_. 저자의 나이가 나와 얼마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이 뭔가 이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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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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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타우누스 시리즈로 워낙 유명한 작가이고 그 시리즈의 작품들이 오래전부터 아주 익숙하지만,, 미스터리/추리 소설을 즐겨읽는데도 여태 읽지 않은건 독특한 것 같으면서도 참 세상에는 읽을 책들이 넘쳐나구나 싶었다.

<잔혹한 어머니의 날1>에서는 조금 루즈한감이 지속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아 이 작가의 스타일이 나랑은 맞지 않는 것일까 생각했지만, 1권 끝자락부터 2권까지는 엄청 탄력을 받아 금방 읽었다. 와 이렇게 얽히고 섥히고 이런 반전이 있을 수 있구나? 아 여기가 복선이었구나. 이 복잡한 스토리가 톱니바퀴처럼 탁탁 맞물리며 맞아갈때 느껴지는 희열감?이란, 참 짜릿하다. 다른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번 <잔혹한 어머니의 날1,2>와 책의 끝에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짧게 소개해놓은 글을 읽어보니, 이런 퍼즐을 맞추는듯한 짜릿함과 즐거움이 넬레노이하우스의 스타일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냥 퍼즐이 아닌 거대한 퍼즐,,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등장인물의 설명이 쭈욱 있는걸 보고, 짐작을 했어야했는데,, 유럽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역시 괜히 붙은게 아니다. 이번 <잔혹한 어머니의 날> 시리즈에서는 피아의 이야기가 주로 나왔는데, 다른 편들의 소개글을 보니 타우누스 시리즈의 주축은 피아와 함께 보덴슈타인인가보다. 이들의 가족사부터 여러 사건들, 개개인의 내면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아마 조만간 요 시리즈를 몽땅 사서 읽고 있을 것 같다..



https://blog.naver.com/112bb_/22169374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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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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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삼십대의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로 빼곡히 채워진 단편들. 이 하나하나가 이 현실 그 자체, 또렷한 일상을 담고 있다. 2018년에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저자 장류진. 그녀는 소설을 읽고, 쓰며 위로받는 직장인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부단한 노력 덕분도 있겠지. 이렇게 마음이 가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이 현실을 현실보다 더 현실같이 느껴지는 문체로 글을 썼다는게., 경탄스럽다.

여덟개의 단편 중 어느하나 마음이 가지 않는 단편이 없었다. 뭐 하나 고르기가 힘들어서 고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단편들의 순서 조차도 너무 마음에 닿았다. 책을 마치는 마지막 단편이 제2차세계대전을 겪은 핀란드 할아버지가 나오는 <탐페레 공항>인 것도 너무 좋았다. 피디를 꿈꿨지만, 현실에 부딪혀 4대 보험이 주는 푹신한 촉감을 택해 식품회사 회계팀에 입사를 하고, 그러다 그렇게 몇해를 흘려보내고 다시 신입 피디 공개채용에 도전할까 하다가 결국 포기하게 된 날, 핀란드 할아버지에게 받은 편지를 발견하고 미뤄뒀던 답장을 드디어 쓰게 된날. 꿈을 꾸고 현실에 굴복되고 또 결국 꿈을 포기하게 되지만, 그래도 딘 할아버지와의 네시간 남짓한 시간, 그런 짧은 인연으로 위로받고 따뜻함을 느끼고, 할아버지가 살아계셔서 이제 답장도 하고 다음날 통화도 할 수 있을거라는 그런 안도감까지. 이 소설집이 <탐페레 공항>으로 마무리 되는게 너무나 좋았다.

모든 단편이 현실 그 자체였고, 여덟개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또렷히 기억이 남는다. 내 상황과 내 주변 상황들과 겹치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이렇게나 기억에 남는거겠지?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장류진이라는 저자의 이름은 앞으로도 계속 기억하고 찾게 될 것 같다.


https://blog.naver.com/112bb_/22169910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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