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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평점 :
‘아마조네스 시대엔 내가 왕인데.’ 라는 어느 노래 구절이 계속 맴돌았다.
강민주는,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걸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강민주같은 성격을 싫어한다.
남들과는 다른 척, 다른 이들의 무지몽매함을 경멸하고 본인은 고고한 척, 결핍 혹은 결여인 것을 본인은 애초에 그런 감정 따위 없는 척, 신의 대리인인 척.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에 이입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왜, 어째서 숱한 그 ‘남자들’이 아니라 백승하인데?
너는 무슨 권리로?
오히려 읽는 내내 백승하에 감정 이입이 됐고, 백승하의 외관이 묘사될 때 머릿 속에 떠오른 한 배우 덕에 이미지를 펼치기가 수월했다.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 강민주가 처음으로 느낀 감정들에 내가 다 뿌듯했고, 동시에 씁쓸했다.
책이 끝이 났을 때 그 씁쓸함은 배가 되었지만 그런 끝이라 좋았다.
인질과 사랑에 빠진 범인 따위의 통속적인 클리셰를 벗어 던졌고, 하늘에서 내려 온 강민주는 강민주답게 하늘로 돌아갔다.
이 책의 별점을 하나 뺀 것은, 이러나 저러나 강민주가 저지른 짓을 나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용인해 줄 수 없고, 강민주보다 더 싫은 김인수라는 캐릭터 때문.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이 그저 여성 소설로만 불리지 않고, ‘세상의 모든 불합리와 유•무형의 폭력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