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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2017년의 한국, 82년생 김지영씨로 보여주다.
김지영씨는 1982년생으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30대 여성이다.
2남 1녀의 둘째로,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고 평범한 대학을 나와 평범한 직장을 다녔고, 평범한 정대현씨를 만나 정지원양을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런 30대 여성이다.
김지영씨는 어느 날 부터 그녀가 아닌 다른 여성인 듯 말을 하기 시작한다.
김지영씨의 엄마도 되었다가, 대학교 동아리 선배도 되었다가.
그런 그녀를 남편인 정대현씨가 당신이 많이 힘들어보여서 병원 상담을 예약했다고, 그런 그녀는 요즘 우울했는데 고맙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책의 내용도 별로 특별할게 없다.
더할 나위 없이 담담한 문체로 시작해 담담하게 끝맺는다.
사실, 나는 요근래 급 부상한 ‘여성혐오‘라는 단어를 혐오한다.
‘혐오‘라는 듣기도 싫고 입에 담기도 싫은 말로 성별을 나누고, 물어뜯기 바쁜 요즘 세상이 너무 싫다.
‘김치녀‘ ‘된장녀‘ 등 말같지도 않은 단어를 쓰는 일부 남성들에게 ‘한남‘이라는 또 말같지도 않은 단어로 공격 하는 일부 여성들.
내겐 양쪽 다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서 익명이라는 벽 뒤에 숨어 키보드만 두드려대는 악플러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또 요즘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잘못 들어온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페미니즘은 이렇게 공격적인게 아닌데,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이렇게 이중잣대를 가지지 않았는데.
각종 인터넷 사이트나 SNS에 올라오는 ‘페미니스트‘인 척 하는 프로불편러들을 보자니 짜증이 났다.
물론 게중에 옳은 비판도 많고, 정말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도 많았다.
하지만 논리 적인 척, 깨어있는 척 하며 죄다 모순되는 말 투성이인 글에, 그런 자기 말에 반박이라도 할라치면 ‘너 같은 여자가 있으니 우리나라 여권이 이정도라며‘ 본인이 혐오한다는 꼰대와 다를 바 없는 반응.
진절머리 날 정도였는데, 이 책은 다르다.
그 흔한 ‘혐오‘ 없이 대한민국 여성들이 당하는 불합리, 부조리를 집어내준다.
지극히 평범한 82년생 김지영씨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슬픈 장면이라고는 딱히 없는데 슬프다, 지독하게도 슬퍼 눈물이 난다.
마지막까지 이 책은 소설책이 가지고 있는 그 흔한 카타르시스 한번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수작이다, 정말 엄청난 수작이다.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책.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이 세상의 오미숙씨, 김은영씨, 김지영씨, 정지원양이 꼭 읽었으면, 조그마한 위로라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아가 이름 한 번 나오지 않았던 김지영씨의 아버지, 남동생, 그리고 정대현씨도 꼭, 꼭 읽었으면.
그리고 그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라도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 올해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과 함께 꼭 챙겨주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