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일이 생기면 어린 시절처럼 집으로 와 울었다. 울다가도 밥을 지었다. 다신 괜찮아질 수 없을 것 같은 참담한 마음도 식욕 뒤로 가만 물러나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노렸다. 불행도 행복도 영원히 계속되는 상태가 아니라 지나는 작은 점이라는 걸. 나는 그 점들을 지나가기로 했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이 예민함을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해서 집에서만큼은 이완된 상태로 완전한 편안함을 추구하고 싶다. 그러므로 귀가 후 루틴을 없앨 필요는 없다고 결정하고 선언한다. 게으름이라고 비난하기보다 나름의 의식이라 생각하며 오롯이 휴식을 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