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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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차별은 온정적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가장으로서의 무게', '엄마라면 이래야지', '착한 딸 프레임', '장남으로서의 역할' 등 한국 사회의 가족 제도는 다양한 측면으로 역할 수행을 강요한다. <가족 각본>은 마치 누군가에 의해 짜여진 각본처럼 각자 캐릭터로서 훌륭한 연기, 즉 역할을 해내야만 함을 비꼬는 듯한 제목이다. 아주 직관적이다.


김지혜 작가님이 전작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일상 속의 교묘한 차별과 혐오에 대해 말했다면, <가족 각본>에서는 가족이라는 이름과 이유로 이어져오는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족이라는 첨예한 각본 안에서 '성소수자', '장애인' 등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하면 난색을 표한다. ‘가족각본’은 가족 구성원이 태어나면서부터 딸·아들·손주·부인·남편·부모·며느리·사위 등 특정 역할을 기대받고 수행하는 현실을 풍부한 연구와 판례를 통해 말한다.


늘 그렇듯 당연한 것 중에서는 당연한 게 없는 것을 꼬집는 책. 가족이라는 완벽한 울타리 안에 살고 있다고 믿고있는 당신의 일상에 잔잔한 파장을 던질 책이다.

가장 강력한 차별은 온정적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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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바통 5
김홍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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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처럼 친구들에게 '관종'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다녔었다. 이 책을 읽고 '관종'이란 단어의 무게감이 너무 가벼웠던 건 아니었나 반성했다. '관종'이란 말에 이렇게 다양한 사회적 함의가 있었던가. 한 편 한 편 다른 매력이 있었고, 다른 의미를 가진 테마 소설집이라 특색 있게 느껴졌다.

✔️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 손원평 <모자이크>
어디에서도 선택받지 못하는 삶을 사는 여성 주인공은 어느 날 질서정연하게 돌아가는 회전초밥을 보며 '선택받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삶의 지향점을 타인의 선택에 두고, 거짓으로 꾸며진 유튜버가 된다. "관심받는 게 대체 뭐길래 저렇게까지 해?"라는 말을 하게 되면서도 동시에 "관심받고 싶은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니까" 하는 말이 나왔다. 해결할 수 없고 아이러니한 메시지 때문에 여운이 길었다.

✔️ 관종 북클럽 담당 마케터의 질문: 로맨틱 아일랜드에 산다면 길러보고 싶은 작물은?
감자나 옥수수처럼 안정적이고 실리 있는 작물을 키워야 할지 누가 보기에도 화려하지만 관리하기 까다롭고 먹을 수도 없는 검은 튤립을 키워야 할지 고민했다. 간단해보이는 선택지에서 내가 어떤 삶의 방향을 추구하는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이었고, 결국 난 뭘 길러보고 싶은지 결정하지 못했다.

✏️ #책속한줄
(50쪽) 계속 밤을 새우기 위해, 고카페인 음료를 마셨는데 너무 많은 카페인을 마셔서 이제는 그만 마셔도 될 것 같았지만, 어쩐 일인지 그걸 알면서도 계속 마시게 되었다. 중독. 그래, 우리는 아마 중독된 것 같았다. 밤을 새우는 일과 거절당하는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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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이 세계의 작은 경이
전탁수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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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내가 읽어본 과학에세이 중에서 가장 과학 같지 않으면서도 과학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1부 <천공>부터 2부 <원자>, 3부 <수리사회>, 4부 <윤리>, 5부 <생명>까지 물리적으로 넓은 세계에서부터 좁은 세계로까지 진행된다.

과학책 같지 않다고 한 이유는 스물 두 편의 에세이의 소재 자체가 과학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의 일상 속에 켜켜이 쌓이고 얽혀있는 문제나 현상들을 ‘과학적 사고’로 접근한다. 과학이든 수학이든 그것을 공부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닿을 듯 닿지 않는 상상들을 자극하는 에세이집이었다.

3부 <수리사회>에서는 특히나 이러한 과학적 사고를 활용한 사례를 제공하며,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 사고방식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부화뇌동의 심리로 일을 그르쳤던 예전의 사례와 이를 막을 수 있게끔 사회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부화뇌동의 사회학’, 확률을 믿으려고 하지만 두 가지 확률을 조합해야 하거나 그 과정이 복잡하다고 느끼면 판단을 멈춰버린다는 기저율의 오류에 대해 말하는 ‘확률과 착각’ 등은 지난 날의 과오를 반성하게 했다.

(96쪽) 복합적인 확률과 관련한 인간의 심리적 착각은 그 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세상에 있는 사기 중 다수가 이런 착각을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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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 - 모두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씽킹
진 리드카.랜디 살츠만.데이지 아제르 지음, 유엑스리뷰 리서치랩 옮김 / 유엑스리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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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엑스(UX) 디자인이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말하며,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킬만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서비스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다. 이 책은 그런 디자인에 관한 이론과 그를 활용한 사례들을 엮은 책이다. 이제는 디자인이 외형의 것들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편리를 추구하는 내부의 기능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디자인의 개념을 확장한다.

 

이 책은, 우리는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으며,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 디자인, 공공 디자인, 경험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한다. 복지, 교육, 의료, 교통, 농업 등의 문제들을 디자인 씽킹으로 어떻게 해결하는지 실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풀어내며 설명한다. 멕시코의 가난한 농업인이 새로운 관행을 도입하는 데 도움을 준다거나, 캘리포니아의 문제 학생들을 학교에 계속 다니게 하고, 호주의 정신 건강 응급 상황의 빈도 발생을 낮추고, 워싱턴의 제조업자와 정부 조사 위원이 의료 장치 기분에 대한 견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하는 등 실제 사람들의 편의를 생각하는 운동에 가까운 개념이 디자인 씽킹이다.

 

디자인 씽킹은 일상 생활에서도 사용 가능한 방법이다. 특히 네 가지 질문 방법론인 무엇이 보이는가?(조사하기, 통찰 식별, 디자인 기준 설정)”, “무엇이 떠오르는가?(아이디어 브레인 스토밍, 콘셉트 개발, 냅킨 피치 만들기)”, “무엇이 끌리는가?(핵심 가정의 표면화, 프로토타입 만들기)”, “무엇이 통하는가?(이해관계자로부터 피드백 받기, 학습 개시, 온램프 디자인)”는 앞으로 우리 앞에 벌어질 크고 작은 일들의 작은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자인 씽킹이라는 개념이 과정에서는 복잡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효율을 추구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살면서 복잡한 일에 부딪힐 때마다 세분화시켜 분석하고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든든한 방법론이 하나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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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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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당혹스럽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랄지, 인생을 살면서 와닿는 거대한 교훈이랄지, 또는 인간 내면이나 관계에 허를 찌르는 통찰이랄지 하는 것들이 모두 없다.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깔끔하게 없어서 뭘 찾으려는 시도조차 못하겠다.

한편으로는 재밌다. 이런 소설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했다. <작가의 말>을 읽어 보니, “소설로 웃길 의도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의도도 없었다.”고 하니 목적을 반 이상 달성한 셈이다.

 

삼탈리아라는, 작가가 가상으로 만든 국가에 빈티지를 추구하는 요리사가 밀입국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은 김밥집 아들 이원식으로 삼탈리아의 요리사 조반니의 레시피를 얻기 위한 일종의 모험을 한다. 대략적인 게 아니라 정말로 전체 줄거리가 이러하고, 앞서 말했다시피 이 소설은 어떤 교훈을 남기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흥미로운 포인트 위주로 리뷰를 풀어보려고 한다.

 

삼탈리아라는 가상의 공간: 작가가 만든 삼탈리아라는 가상의 국가는 50년 전 이탈리아에서 독립한 섬나라다. 분명 23으로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그럴듯한배경 설정에 진짜 있는 곳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었다. 시를 좋아해서 지역의 공무원 시험을 치기 위해서 필수 과목이며, 택시비나 음식의 값을 새로운 시를 읽어주는 것만으로 치를 수 있을 만큼 의 가치를 잘 아는 곳이다. 특히나 한국의 시가 현재 유행 중인데, 이런 설정 자체가 재밌게 느껴졌다.

시시껄렁한 유머와 능글맞은 어투: 의도하고 쓴지는 모르겠으나,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시시한 유머와 능글맞은데 어딘가 순수해 보이는 말투를 쓰는 등장 인물들에게 마음이 갔다. 그런 말투와 유머들로 인생의 진리를 있어 보이지 않게가르쳐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명료하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소설의 교훈과 가치: 번역할 수 없는 외국어의 단어들, 형용할 수 없는 감정, 설명할 수 없는 맛 등을 이야기할 때에 언어의 한계를 느꼈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요성을 자각했다. 지나치게 의미를 추구하려고 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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