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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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긴장되는 약속이 있었다.

그래서 무거운 마음과 기대되는 마음, 그리고 내려놓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늘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어야 멀미를 안 하는(?) 특이한 나.

 

그림책 읽기 때문에 두고 보았던 "쥐를 잡자"를 들었다.

글동무의 책, 그리고 오늘 내 가방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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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쥐가 있다.

주홍이 담임선생님, 주홍이 엄마, 주홍이...

모두 쥐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그러나 마주하지 못한다.

마주했다간 인정해야 하고 인정 후의 혼란을 겪을 자신이 없다.

하지만 쥐가 있다.

그래서 괴롭다.

 

쥐는 없다.

쥐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성적이다.

쥐가 있다고 해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면 하늘도 바람도 사람도 안 보이는 것처럼.

당장은 숨쉴 수 있다.

하지만 친구들의 "쥐를 잡자" 놀이에 숨이 끊어질 듯 아픈 주홍이...

여기... 쥐가 있어요...

 

쥐는 있다.

결국 과학적 근거로 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주홍이를 양호실로 데려간 담임선생님도,

스무살에 주홍이를 낳기로 결정했던 엄마도,

진즉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를 죽일까봐, 엄마가 아플까봐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던 주홍이도... 현실과 마주한다.

 

"제 뱃속에 쥐가 있어요."

"알고 있었지. 방금 피 검사를 해 봤거든. 그런데 그게 쥐였구나. 어떻게 해서 뱃속에 쥐가 들어가게 되었지?"

"제 잘못이 아니었어요."

"알아. 당연히 네 잘못이 아니지."

"제 잘못이 아니었다고요! 그런데도 저는 잘못되었어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넌 잘못되지 않았어. 누가 널 아프게 했기 때문에 네가 아픈 거야."

......

"그 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꾸나."

"언젠가 쥐가 다 크면 네 뱃속에서 나오려고 할 거야. 그것이 밖으로 나왔을 땐 쥐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 거란다."

"알고 있어요."

"넌 현명한 아이란다. 그러니 네가 내리는 판단도 분명히 현명할 거라 생각되는 구나."

"제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지요?"

"아암. ......

부탁하건데, 그저 걷다가 우연히 만나는 길을 무작정 걷지는 말거라. 같은 길을 걷게 되더라도 네가 고른 길을 당당하게 걸으렴."

 

주홍이와 양호선생님의 대화를 읽으며 나는 주홍이와 양호선생님이 번갈아 되어 있었다.

 

처치 곤란

담임선생님과 엄마는 아무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주홍이는 결정을 해버렸다.

담임선생님은 태연하게 수술을 앞두고도 기말 시험을 치르는 주홍이를 힘겹게 바라보았고, 엄마는 17년전 가혹한 냉대와 외면으로 버린 딸이 17년 후 한 번 더 죽을만치 힘든 일을 겪을 것에 가슴이 미어졌다.

주홍이 엄마는 주홍이 외할머니에게 전화한다.

"엄마, 그 저주 좀 풀어 줘. 나한테 걸었던 그 저주 말야! 내가 잘못했어요. 엄마, 응? 제발...... 엄마! 나랑 똑같은 딸 낳으라고 했던 말 취소해 줘, 응? 부탁이야. 제발, 제발...... 우리 주홍이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주홍이 아무 잘못 없는데......"

차라리 17년 전으로 돌아가 죽어 버렸으면......

 

주홍이는 수술을 택했고 수술 장면은 내게 보이는 듯... 묘사되었다.

너무나 선명히 기억되지만 너무 가슴이 아파 쓸 수가 없다.

'작은 사람'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쥐가 있다.

상황 종료?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온전히 살 수 없다.

주홍이는 엄마를 위해 선택했고, 자신을 위해 선택했지만 '작은사람'에 대한 죄책감에 스스로......

17년 전 '작은 사람'이었던 자신을 선택해 준 엄마에게 미안해하며...

 

잡았다가 놓쳤다!

주홍이 엄마에게 남긴 편지...

"나의 큰 사람, 어머니께.

어머니께서 제게 선물하신 지난 17년을 얼마나 기쁘게 살았는지 모르실 겁니다.

......

어머니가 살린 작은 사람 진주홍 올림."

아......

주홍이의 마음이 내 마음을 휘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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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쓸 수가 없다.

마음이 괴로워 쓸 수가 없다.

 

사물함 안에 든 것.

나는 서둘러 독후감을 끝내려 한다.

더 이러고 있다가는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일이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닌

온 우주의 축복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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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태희님...

마음 고생 많으셨습니다.

늘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축하하고 부러워했는데...

신문, 뉴스에서 만난 주홍이에 대해 이해하고 오해하고 살리고 죽이느라,

그럼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온전히 느끼게 하느라...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을까.

태희님의 고민과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비록 태희님은 이 글을 읽으실지 몰라도...

 

오늘 덕분에 제 마음이 쓰린 날이기는 했어도 가슴 깊이 슬퍼하느라

제 정신이 아니어 다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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