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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날개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7
이현영 지음 / 북극곰 / 2025년 2월
평점 :

작은 파리가 날다가 아침 밥을 먹으려던 개구리를 만난다. 개구리가 파리를 꿀꺽하려다 보이는 반창고에 어쩌다 날개를 다쳤는지 묻는 데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진짜 기막힌 이야기이다. 파리의 사연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파리가 어딨냐 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런 파리의 이야기를 듣던 개구리는 하찮은 먹잇감을 조롱해가며 삼킨다. 그런데 이 파리 진짜 보통 파리가 아니다.
표지를 보고 읭?? 했다. 파리 앞에 영웅의 망토가 펄럭여서 한 번 더 다시 봤다. 마주 보며 서있는 것이 아니라 파리의 그림자다. 뭐지? 저 작은 파리의 날개가 왜 히어로의 망토로 보이는 거지? 하며 펼치는 책 속 파리는 참 용감하다. 그리고 진짜 대단하다. 자기보다 10배이상 큰 존재들이 도와달라는 요청하는데 모른 척 하는 것을 못한다. 어쩌면 파리가 이토록 이타적이라니!!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고, 참 무모하기 짝이 없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가끔 뉴스나 티비 프로그램에서 선행에 관한 사연이 나오거나 쇼츠나 릴스등을 통해 선행 짤이라는 것이 보이면 무모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그들을 돕는 이들이 있는데, 과연 대단하다 싶지 않나. 그런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듯 이 그림책에서 파리는 참 대단한 날개의 주인이 맞다. 아무도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저 개구리는 분명 믿어 의심치 안을거다. 마지막 안쪽 표지를 놓치지 마시라.
이 그림책은 웃기거나 에 분류되는 북극곰 출판사의 책인 것 같다. 웃기거나 혹은 찡하거나 라인이 있던데, 아주 유쾌하게 웃으면서 보기 좋은 책이다. 그리고 강렬한 색채와 선을 보고 있으면 단순하지만 강렬한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물론 이 책에는 주로 강력한 대비가 돋보이지만 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반딧불 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는데 개똥벌레였다 는 것. 그렇지만 빛나는 존재인 것은 변함이 없다. 파리 역시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지만 파리의 날개는 위대한 도움을 전하는 일에 쓰였다. 그렇게 돕고 기분이 좋아서 춤을 추다 다친 날개에 반창고는 영광의 상처다. 기꺼이 영광의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들이 요즘 얼마나 있을까. 내 아이가 만일 기꺼이 누군가를 돕겠다고 나선다면 나는 아무 말 없이 반창고를 붙여줄 수 있을까? 함께 그 날개를 펄럭이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이 처한 위기에서도 초능력을 발휘하는 파리를 보면서 우리에게도 그림자처럼 인식하지 못하는 거대한 잠재력이 있음을 믿어본다. 그림자는 빛이 강할 때 선명해지고 그 빛이 나와 가까울 때 커지는 법이다. 그러니 자신의 작은 날개를 드러내야 할 것 같다. 그 작은 용기가 행동을 하게 하고 그 행동이 결국 또 다른 대단한 날개를 부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모두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질병의 온상이 되는 파리가 그림책 속에서 나마 대단한 히어로여서 조금의 위로라도 받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상상력이 유쾌함을 전하는 작은 날개로 펄럭여짐에 감사했다. 이런 유쾌한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