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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도 괜찮아 ㅣ 모든요일그림책 15
황선화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4년 6월
평점 :
'모든요일그림책'에서 출판된 책은 [나누어도 괜찮아]가 처음입니다.
표지에는 색동저고리를 입은 것 마냥 알록달록한 박쥐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습니다.
시커멓고 음침하다는 박쥐에 대한 고정괸념을 완전히 깨는 화사한 박쥐네요.
박쥐는 무엇을 나누었다는 걸까요?
표지를 한 장 넘기니 노랑 바탕에 도토리가 한가득이예요.
도토리의 모양이 제각각이라 재미있어요.
귀여운 개미도 있네요.
뒤표지 앞에는 도토리가 오종종 매달린 나무랑 꽃, 그리고 나비가 있네요.
도토리가 가득한 걸로 미루어 짐작컨데 도토리를 나누는 이야기 일까요?
그런데, 박쥐도 도토리를 먹나요?
과일을 먹는 과일박쥐는 들어봤지만 도토리를 먹는 박쥐라니 상상이 안 가네요.
별 기대 없이 펼쳤는데 어린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그림체와 알록달록한 색감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아주 간단하게 표현한 개미조차도 너무 귀여웠어요.
첫 페이지부터 늑대랑 거북이랑 사자가 박쥐 걱정을 하네요.
박쥐가 집에서 못 자고 매일 밤 달에 가서 잠을 잔대요.
노랑풀이 박쥐에게 달에 가서 자는 이유를 물어보니 집 안이 도토리로 가득 차서 답답해서 그렇대요.
도토리를 치우라는 노랑풀의 말에 도토리마다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어서 버릴 수 없다는 박쥐.
추억이 가득한 도토리때문에 행복한데 한편으로는 도토리때문에 답답하다는 박쥐에게 노랑풀이 자신의 씨앗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 과연 박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편히 잘 수 있게 될까요?
이 책은 추억이 가득한 도토리로 꽉 찬 집에서 잘 수가 없어서 달에서 자는 박쥐이야기예요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 되었지요.
박쥐의 모습이 마치 물건으로 가득찬 집에 사는 초맥시멀리스트인 저를 보는 것 같아 박쥐의 마음이 이해되었지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는 사람은 언젠가 미래에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집이 물건으로 가득 차 있어도 제자리에 있으니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집 인테리어를 새로 하느라 보관이사를 하는데 이삿짐이 끝도 없이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 물건은 정말 메모 한 장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는데 그러다보니 아이도 자기 물건은 버리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더군요.
이 책을 읽고 아이와 상의해서 장난감과 옷, 그리고 신발들을 정리했어요.
그래도 아직 비워내지 못한 책이랑 아이 물건이 많이 있지만 비우고 나누며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좋은 책 읽을 기회를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모든요일그림책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