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아니었다 한들, 서로 다른 길을 거쳤다 한들 어떠랴. 같은 지점에 도달했다면, 그 순간이 빛나는 기억으로 남았다면,
혜리는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을까, 과학관에서의 나를? 나조 차도 왜 울었는지를 설명할 길 없는 그때의 나를, 그 소년을, 그 시절을 함께 꺼내보는 게 어쩌면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닐 것 같았다.
-덜 바쁜 날 있으면 한번 볼까? 내가 연구소로 갈게.
- 무슨 일 있어?
-지난번 그 부탁에 응할까 해서..
기억이든 정신이든 자아든 그 무엇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는 것의 일부를 공유하는 일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한번 걸어보기로 했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르는 새로운 길을.
길지 않은 침묵을 깨고 혜리가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