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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발음 기호를 보거나 단어의 발음을 들으며 입으로 연신 따라하고, 손으로 열심히 단어를 적으며 외우던, 말 그대로 주입식으로 단어를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외운 영어 단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지곤 했다. 결정적으로 이 방법은 지루할 뿐만 아니라, 단어를 오래 기억하기도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영어 어원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학습하듯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대신, 본래 그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어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어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영어 단어의 뿌리가 되는 탄생 배경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단어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며 그와 관련된 다양한 파생 어휘까지 익힐 수 있어 어원을 통해 익힌 단어들을 머릿속에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런던 서더크 지역의 한 빈민 구역에서 시작해 프랑스, 벨기에, 러시아와 같은 유럽을 지나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를 거쳐 다시 북아메리카와 유럽으로 돌아오기까지...
80개 나라의 도시에 얽힌 잘 알려지지 않은, 어쩌면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라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만나며 1,000개의 어휘를 쌓을 수 있는, 정말 어마어마한 세계 일주 여행이 펼쳐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키니(bikini) 수영복'은 어떻게 태평양의 외딴 섬인 마셜제도의 '비키니 환초'에서 유래했는지, 체코의 작은 광산 마을에서 '달러(dollar)'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튀르키예의 나라 이름이 어떻게 칠면조(turkey)를 뜻하는 터키로 불리게 되었는지, 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스파(spa)'가 벨기에의 작은 온천 도시 스파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 등 익숙한 단어의 유래부터 생소한 단어의 어원까지, 알고 나면 더욱 흥미롭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라운 어원 이야기가 이 책 한 권에 가득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며 단어의 어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단어 너머에 숨겨진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배경지식까지 넓힐 수 있다. 특히 어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제 그곳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사진과 함께 각 나라가 품고 있는 유구한 역사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어느새 실제로 그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에는 제목처럼 마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마친 듯한 특별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연필과 노트를 준비해 단어를 쓰고 외웠다면, 이제는 잠시 연필을 내려 놓고 세계 지도를 펼쳐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궁금해 하는 나라를 콕 집어 목차를 따라가 보자.
80개 나라의 곳곳을 여행하며 영어 단어의 뿌리를 찾아가는 아주 특별한 세계 일주. 그 나라의 지명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동시에, 어원에서 비롯된 영어 어휘의 의미까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