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소식은 익숙한 여름 풍경이 되었다. 찌는 듯한 더위에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숨이 턱 막힐 만큼의 뜨거운 열기는 이내 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절로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폭염 대피소』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기후 위기 가운데 '폭염'을 주제로 한 청소년문학 작품이다. 한 권의 책 속에는 박지숙, 김새벽, 김민정 세 명의 작가가 쓴 '셸터', '리후의 세계', '뜻밖의 여름 친구' 세 편의 짧은 형식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각 작품은 연재, 리후, 워니라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재난과도 같은 폭염 속에서 자신의 생존과 타인을 향한 연대 사이에서 갈등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셸터」에서는 잠시 나마 폭염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셸터'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과 동물(강아지)이 등장한다.
눈앞의 생명을 외면한 채 자신의 안전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인지, 셸터 안에 남은 사람들의 쉽지 않은 선택의 순간들을 담아낸 장면을 보고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또한 "AI는 계산은 해도, 공감은 못 하죠.", "밖에 있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잖아."와 같은 대사들을 통해 AI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공감과 연대, 생명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주기도 했다.

「리후의 세계」에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나라에서 하루 열 시간 동안 공짜로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는 '포 어스 카드'가 등장한다. 더위를 달래기 위한 도구로 부채에서 선풍기, 선풍기에서 이제는 에어컨이 우리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가전이 되었지만 소설 속에서는 그마저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포 어스 카드'는 불법으로 거래되고, 경제력에 따라 누군가는 24시간 에어컨을 쓸 수 있는 반면, 누군가는 최소한의 냉방조차 보장 받지 못한다. 물론 현실에서도 에어컨을 마음껏 사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소설에서는 이러한 불평등한 현실을 학교라는 장소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더욱 여실히 보여 준다. 이를 통해 기후 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뜻밖의 여름 친구」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있는 웨델물범, 스쿠아, 젠투펭귄 등과 같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들이 등장한다. 각국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들을 임시로 보호하는 프로젝트가 실시되고 이는 단순히 동물을 보호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닌 터전을 잃은 동물들이 도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위기 상황을 느낀 펭귄들이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허들링을 시도하는 모습을 본 주인공이 어떻게든 펭귄들을 생태돔으로 데려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장면은 기후 위기로 터전을 잃어가는 생명에 대한 책임과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긴박한 상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동시에 이 책은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앞에 닥친 현실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이 지구 안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미래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여운을 남겼다.
또한 세 편의 이야기 주인공이 모두 청소년이라는 점과 서로 다른 이야기임에도 같은 하루 동안 벌어진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이야기로 완성되는 구성이 인상 깊었다. 마치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 속에서 아직은 어린 청소년들이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갈지 다음 내용이 궁금해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다.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폭염과 같은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갈 주체로서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길 바라는 작가들의 마음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앞으로 닥칠 기후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견디고, 함께 살아남으려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뜻을 깊이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다.
결코 가볍지 않은 『폭염 대피소』.
기후 위기를 살아가는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