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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친구 2
아베 토모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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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호텔에서 메이드 일을 했다. "너희 엄마는 일당백이야." 엄마의 직장 동료들은 엄마를 그렇게 칭찬했다. 키가 크고 힘이 좋아서 둘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잘하고 웬만해서는 지치지도 않는다는 말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말은 반만 맞았다. 엄마는 휴일이 되면 죽은 사람처럼 내리 잠만 잤으니까. 저녁마다 술을 마신 것도 엄마 나름대로 고단함을 씻는 방법이었을 거라고 윤희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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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했어. 사귀던 사람이랑 헤어지면 미칠 것 같았지. 다시 만나자고 연락하고, 그러다 잘 안 되면 다른 사람 만나는 식으로 지냈어. 나한테 나쁘게 해도 혼자인 것보다는 나으니까 좋은 부분만 보려고 노력하면서. 그런 식으로 자꾸 나를 속였지."
주희가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윤희는 마음이 아렸다. 나도 알아, 그 마음. 윤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혼자를 견디지 못하고 사람을 찾게 될 때가 있잖아. 그게 잘못은 아니지. 외롭다는 게 죄는 아니지. 알면서도 왜 네가 그러고 지내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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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맨 꼭대기에 초록색 스프링을 올려놓으면 스프링은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려갔다. 요술 본드를 작은 빨대에 묻혀 후 불면 투명한 공을 만들 수 있었다. 심심해서 불던 리코더에서는 침이 똑똑 떨어졌고, 가위로 오려 만든 종이 인형은 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다녔다. 껌을 씹다 잠이 들면 머리카락에 껌이 들러붙어 그 부분을 가위로 잘라야 했고, 백원짜리 쌍쌍바는 늘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았다. 비가 와서 바닥에 웅덩이가 생기면 그 웅덩이만 디디면서 걸어갔다. 첫눈이 오면 집밖으로 뛰어나가서 와아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는 주희가 함께 있었다.
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윤희는 생각했다. 같은 십 년이라고 해도 열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 이후 지나게 되는 시간과는 다른 몸을 가졌다고. 어린 시절에 함게 살고 사랑을 나눈 사람과는 그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끝내 이어져 있기 마련이었다. 현실적으로 서로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로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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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응."
"그 얘기 기억나?"
"무슨 얘기?"
"엄마 아팠을 때 엄마 친구들이 해줬던 말. 사람들이 하도 기도를 많이 해줘서 그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는 말. 중2짜리가 그 말을 듣고는 아, 우리 엄마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아니었잖아, 언니. 그 말이 그 말이 아니었잖아."
주희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 윤희는 주희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주희 쪽으로 몸을 조금 움직였다.
"기도가 통하는 세상이면 그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겠지.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그럼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은 간절히 살기를 바란 게 아니란 말이야?"
거기까지 말하고는 주희는 가만히 숨을 쉬었다. 윤희의 대답을 바라는 것처럼. 윤희는 팔에 얼굴을 받치고 누워 있는 주희를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그런데도, 가끔은 사람들이 우리 엄마 죽지 말라고 빌어준 거. 그 기도들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 기도들은 기도 나름대로 계속 자기 길을 가는 거지, 세상을 벗어나서. 그게 어디든 그냥 자기들끼리 가는 거지. 그것도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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