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맨 꼭대기에 초록색 스프링을 올려놓으면 스프링은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려갔다. 요술 본드를 작은 빨대에 묻혀 후 불면 투명한 공을 만들 수 있었다. 심심해서 불던 리코더에서는 침이 똑똑 떨어졌고, 가위로 오려 만든 종이 인형은 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다녔다. 껌을 씹다 잠이 들면 머리카락에 껌이 들러붙어 그 부분을 가위로 잘라야 했고, 백원짜리 쌍쌍바는 늘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았다. 비가 와서 바닥에 웅덩이가 생기면 그 웅덩이만 디디면서 걸어갔다. 첫눈이 오면 집밖으로 뛰어나가서 와아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는 주희가 함께 있었다.
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윤희는 생각했다. 같은 십 년이라고 해도 열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 이후 지나게 되는 시간과는 다른 몸을 가졌다고. 어린 시절에 함게 살고 사랑을 나눈 사람과는 그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끝내 이어져 있기 마련이었다. 현실적으로 서로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로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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