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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 2판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안에 이미 존재하던 체험과 "내" 밖에 완성되어 있는 수많은 스토리들(신화 혹은 전범)을 이리저리 짜깁어서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상상력도 좋고 긴장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좋으며 감정이입을 이끌어낼만큼 촘촘한, 자기 감정에 대한 관찰과 묘사력도 좋다.
하지만 책장을 덮으며 드는 찜찜한 생각은 이 글에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작가란 안팎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것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창조자가 아닌가. 들어본 적이 없는 스토리라인만으로 창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찰이 문학이라면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 우리가 어딘가에 묻어놓아 존재도 알지 못하던 자신을 콜럼부스적으로 발견(아메리카 대륙처럼!!)하게 하는 것이 창조일 것이다.
그러지 못한 글에서 체험은 술자리에서 펴놓는 예전 여자친구 얘기에 그치고, 밖에서 끌어온 이야기들은 "너 이런 거 아냐?"란 현학적 말장난이 되기 쉽상이다.
어쨌든 90년대 말의 그 재미나던 채팅과 그 시절 내가 느끼던 것, 만났던 사람들이 생각나게 하는 재밋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