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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말이란 원래 사람 밖을 가리키기 위한 것이어서, 그것으로 사람의 속을 그리는 것은 면도날을 화장솜으로 쓰는 것 만큼 어렵다. 하지만 간혹 아주 재주있는 사람들은 그걸 해낸다
그런데 이렇게 ˝한 사람˝을 오롯이 그려내는 것이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 외에 무엇을 남기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때가 있다.
양쪽을 다 생각해보자면, 하나로는 세상이 사람 하나하나가 모인 것이니 일단은 ˝그 사람˝ 한 명에서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나. 그렇게 나 아닌 사람, 내가 아닌 생각과 감정을 알아가고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으로서의 시작.
다르게는 너무 가까운 것만 보면 멀리 있는 것은 흐릿해지듯, 사람이 모인 세상, 그 덩어리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하지만 이 우려도 한쪽에 헛점이 생기는 게 문제지 다른 쪽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므로 어찌 되었건, 꼭 해야하는 일임에는 분명한데 다만 한 사람이 저 두 점을 죽 이어서 선을 그려내기에는 역량이 부족할 경우가 많다는게 문제일 뿐. "소년이 온다"가 그에 대한 한강의 대답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賞이 갈 사람에게 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