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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소리는 안녕하신가요?
김상균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저는 40대 여성이고, 목소리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흔히 말하면 나레이터입니다. 예전에는 제 목소리가 그냥 제 일의 도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잘 나오면 다행이고, 좀 잠기면 따뜻한 물 마시고 버티면 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목이 너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원래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었고, 일을 해야 하는데 목은 아프고, 쉬고 싶어도 쉴 수는 없고, 그러다 보니 마음까지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목소리가 아픈데도 계속 말을 해야 하는 일은, 몸보다 마음을 더 지치게 만든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 제게 이 책은 꽤 크게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목소리에 대한 책이 얼마나 특별하겠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단순히 의학 지식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 책은 목소리를 그냥 성대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는 그 사람의 삶이고, 감정이고, 관계이고, 존재감이라고 말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그 부분에서 많이 울컥했습니다.
특히 인어공주 이야기를 통해 목소리를 잃는다는 것이 단순히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는 것과 비슷하다는 대목은 오래 남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목이 아파도 “조금 쉬면 되겠지”, “다들 이렇게 일하지 뭐” 하면서 제 상태를 가볍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목소리가 아프다는 것은 제 몸이 보내는 아주 중요한 신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참고 버티는 것이 성실함이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또 좋았던 것은 이 책이 괜히 겁만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목소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이유, 음성 치료가 무엇인지, 무대 공포나 심리 상태가 목소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데, 읽는 내내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목소리가 아프면 말하기 싫어지고, 사람 만나는 것도 피하게 되고, 자신감도 떨어지는데,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내 고통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특히 이 책이 목소리를 “관리해야 할 기능”이 아니라 “아껴야 할 존재”처럼 다룬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사실 목소리로 일하는 사람은 자기 목소리에 가장 엄격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무심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녹음이 잘 안 되면 제 자신을 탓하고, 컨디션이 나쁘면 정신력 부족이라고 몰아가고, 목이 아파도 일정이 있으니 그냥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내 목소리는 닳아 없어져도 되는 소모품이 아니라,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아주 소중한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책을 덮고 나서 이상하게 “이제부터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물을 더 자주 마시고, 무리하게 말하지 않고, 아프면 쉬어 주고, 필요하면 치료를 받고, 내 목의 상태를 무시하지 않는 것.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저는 그 당연한 것을 못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늘 일에 쫓겨서 제 몸의 신호를 뒤로 미뤄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소리를 잃고 나서 후회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 책은 제게 단순한 건강서가 아니었습니다. 아픈 목으로 겨우 일을 버티고 있던 한 사람에게, “당신의 목소리는 괜찮나요?”라고 조용히 물어봐 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저는 처음으로 솔직해졌습니다. 아니요, 괜찮지 않았습니다. 많이 아팠고, 많이 지쳤고, 그래서 많이 우울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내 목소리를 더 소중히 여기고 싶어졌고, 내 몸과 마음을 같이 돌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당장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예전처럼 제 목을 함부로 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알려준 것들을 하나씩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목소리는 제 직업의 도구이기 전에, 결국 저 자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