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엄마와 딸의 10일간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영미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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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족이 사고로 서로간의 영혼이 뒤 바뀌는 내용의 소설이다. 사실 이런 소재를 사용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영화, 드라마, 만화 등등. 일일이 새본다면 아마 수백 개는 될 법하다. 그 중에는 이야기를 잘 만들어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이야기도 있다. 작년에 화제가 된 길라임이 등장하는 현빈, 하지원 주연의 시크릿 가든이 그 예다. 서로 다른 생활을 하던 사람이 서로가 뒤 바뀌게 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의 전작인 아빠와 딸의 7일 간은 소재를 잘 사용한 덕분에 매력적인 소설로 느껴졌다. 그 소설에서는 아버지와 딸이 기차 사고로 서로의 영혼이 뒤바뀌게 된다는 내용인데, 아빠와 딸의 관계를 잘 조명하고 남자와 여자간의 성 차이를 부각해 나름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서로가 뒤바뀌다 보니 당연히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각자의 인생이 있을 태니 갈등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소설 안에서도 여러 애피소드가 균형 있게 어우러져 걸작은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작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출간된 후속작인 아빠와 엄마와 딸의 10일간’. 중고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했고 전작을 괜찮게 봤기에 구매했다. 저렴한 가격과 손에 딱 맞는 사이즈 그리고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활자는 마음에 들었지만, 마음에 든 건 그것 까지였고 전작과 비교하고 소설 자체로만 보더라도 실망스러웠다.


소설의 스토리는 전작에서 이 년이 흐른 뒤다. 여고생이었던 딸 고우메는 대학생이 되고 새로 시작 될 캠퍼스 라이프를 준비한다. 아버지는 전작의 사건 덕분에 한 부서의 부장까지 되지만, 출세와는 거리가 먼 부서였고 덕분에 예전보다 더 한가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가족이 도시 한복판에서 벼락을 맞고 또다시 몸이 바뀌게 된다. 거기다 이번에는 엄마까지 포함되었다. 가뜩이나 꼬인 일에 새로운 캠퍼스 라이프와 회사 안에서의 음모와 같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이유는 여러 개가 있지만, 우선 이 책에 전작이 있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전작이 있고 당연하게 전작과 유사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당연히 전작을 읽은 사람들이다. 반복이 소설의 재앙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유사한 사건을 반복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엄마를 포함했지만, 새로 갈등할 만한 요소가 딱히 없다. 남녀 간의 신체구조 차이로 일어나는 갈등은 전작에서 이미 써먹어 버렸다. 엄마는 가정주부이고 가정주부는 나름의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를 주기에는 어렵게 느껴진다.


소설의 사건들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전작에서 회사 안에서의 사건 사고는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였지만, 이 소설의 경우에는 이미 그런 사건을 겪은 딸이 다시 아버지의 몸으로 들어가 딱히. 긴장감을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은 이십대 초반의 아가씨인데 행동은 평범한 직장인보다 낫다. 여대생이 된 엄마의 시점은 너무 시시콜콜하고 평범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가정주부가 된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다.


소설의 화자가 연달아서 바뀌는데, 한 장면을 여러 시점에서 보여주는 것은 각 등장인물의 심리를 폭넓게 이해하기 이전에 지루하게 느껴졌다. 각자의 상황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정작 필요한 묘사나 사건의 진행은 빈약하고 급 전개가 되었다. 결말도 얼렁뚱땅 끝나버려서 이렇게 끝나나 싶을 정도였다. 형보다 못한 아우라는 말을 딱히 신뢰하지는 않지만 이 소설은 그 말을 증명하는 작품이 돼버렸다.


이번에 새로 개봉하는 영화인 아빠는 딸은 이 소설의 전작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무한도전의 멤버 중 하나인 박명수가 까메오 출연하는 것으로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까지 했기에 국내에서의 인지도에 비하면 꽤나 유명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듣기로는 원작자가 영화를 보고 극찬했다는데, 극장가에 개봉해서 흥행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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