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 매일과 영원 7
김남숙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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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에세이에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자발적인 자기표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고는 했는데 에세이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장르와는 다르게 작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므로 바로 작가 자신을 소재로 삼는 장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누구에게나 구진 면은 있는 법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구진 면을 감추고 빛나는 부분만을 갈고 닦아서 보여주려고 애쓴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양 없는 에세이는 공허한 따뜻한 말이나 깨달음 따위로 포장되어 있다. 독서란 글이라는 매게를 통해서 독자와 작가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독자는 글을 통해서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필사적으로 포장해 솔직함은 찾아볼 수 없는 글에서는 이러한 세계관을 엿볼 수가 없다. 그런 글들은 보통 공감이나 힐링을 표제로 내세우지만, 꼴에 이십 년 차 독자인 내게는 공감이나 힐링할 건덕지가 하나도 없다.

 

김남숙의 에세이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은 제목 하나는 탁월한 책이었다. 제목만 탁월한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소설가이자 학원 강사인 김남숙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렇기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하는 것이었다. 끝없이 자기가 왜 글을 쓰는 지 고민하며, 동시에 가만한 지옥에서 살아나가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작가의 소설은 읽지 않았지만 에세이를 읽으니 다운된 톤 그 자체는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자신이 이 책에서도 적어 놓은 것처럼 말이다.

 

에세이에서의 솔직함이란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 보이는 일과 같다. 솔직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가가 왠지 모르게 친숙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글을 쓸 수 없다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작가가 끝까지 글을 써주기를 다음 글에도 솔직하고 즐겁게 글을 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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