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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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온유 작가는 작가의 첫 소설인 <유원>을 통해서 처음 만났다. 유원은 비극적 사고를 겪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인데 자신을 구해준 아저씨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잘 나타났던 것이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10대였다면 유원이 겪은 그런 일을 겪었으면 참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퍼민트>는 돌봄에 대한 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작가가 작가이니만큼 쉬운 소재는 아니었다. 주인공인 시안은 혼수상태가 된 어머니를 돌본다. 성인으로서도 힘든 일을 10대 소녀가 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연애나 진로 결정이 가장 큰 고민이어야 될 시기에 시안은 어머니를 돌보며 그 일이 자신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던 와중에 오래전에 헤어진 해원과 다시 마주치게 된다.

 

6년 전 누구보다 친한 친구로 지냈지만 해원이 쫓기듯이 다른 동네로 이사 가면서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은 다시 마주치면서 새로운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떨어진 6년 동안 달라지기 시작한 두 사람의 인생 궤적이 부딪히며 파열해나간다.

이즈음에서 드러나는 것이 전작인 <유원>에서부터 나타나는 가해자-피해자 관계이다. 뉴스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반으로 나뉜 듯이 잘라내어 나타나지만, 현실의 삶이 과연 그러하겠는가 이 소설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 시안이 해원을 바라보는 감정은 양가적이다. 자신의 가족을 파멸시킨 원인을 초래한 이이기도 하지만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지니기도 한다. 또 시안이 해원을 괴롭히게 하는 모습은 남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닌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엄마를 간호하는 시안의 마음도 양가적이다. 엄마를 위해서 희생하지만 희생이 가치있는 이유는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10대 아이에게 그런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까.

 

결말은 결국 해결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가해자-피해자 관계를 용서라는 이름으로 봉합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것이 완벽한 해피 엔딩이 아니며 그나마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가장 나은 결말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입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그저 책장을 덮은 뒤에 시안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응원할 수밖에 없다. 독자에겐 그것이 최선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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