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형사 탄생하다

잠자는 숲 ㅣ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시리즈인 가가형사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시리즈 사이의 인과관계가 적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전작의 흔적을 찾기가 힘든데, 그건 시리즈물의 어떤 책을 처음으로 읽어도 내용이 이해된다는 점에서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는데, 어떤 특정한 인물의 후일담이 궁금해질 때. 다음 시리즈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기에 가끔씩 아쉬울 때가 있다. 가가형사의 다른 시리즈에서는 신경 쓰지도 않은 부분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유독 신경 쓰이는 인물이 있다.

이 소설은 가가형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에서 학생이었던 가가형사가 형사로 깜짝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빠른 기간에 책이 나온 덕에 위화감이 없지만, 일본에서는 몇 년에 한권씩 나오는 시리즈가 가가형사 시리즈이다. 이 소설이 나옴으로서 가가형사 시리즈가 계속 이어졌고, 이전의 학생이 아닌 형사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된 것도 이 소설부터다.

소설은 연쇄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발레단을 배경으로 한다. 사건은 사이토 하루코라는 발레리노가 사무실에 침입한 강도를 꽃병으로 죽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람이 죽기는 했지만, 절도를 목적으로 창을 통해서 들어온 남자를 몸싸움 끝에 죽게 만든 것이라 정당방위로도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그 사건을 조사하던 가가와 그의 선배 형사인 오타는 사건에서 강도사건이라고 하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발견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해나간다.

그러나 강도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발레단의 연출자가 독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단원 중 하나도 독살 될 뻔한 사건도 일어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다. 수사를 진행해나가면서 가가는 발레에 삶을 희생시키는 발레리노들의 모습에 놀라게 되는 동시에 발레단의 사람들이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체고 특유의 끈질김으로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는 로맨스 적인 요소를 찾기가 힘든데, 이 소설에서는 진하게 로맨스적인 요소가 섞여 들어서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요소가 이어지지 않는다. 앞에서 이어지지 않아서 아쉽다고 하는 것은 이것을 말한 다. 여주인공인 아사오카 미오는 발레단의 댄서로 등장하고, 가가형사와의 첫 만남이후 수사관계로 계속해서 접촉하다 보니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애정을 키워나간다. 전작에서 등장한 가가의 연인은 이 소설에서는 대학시절의 연인이었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여러 가지 트릭이 얽혀 있어서 꽤나 잘 만들어진 추리 소설이자 로맨스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부정적인 평가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글을 잘 쓰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을 읽는 독서는 꽤나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