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우다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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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에게 매료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단편 소설 하나면 충분하다.

 

단편 소설을 읽다가 매료되어 그 작가의 단편집을 찾아 읽고 다른 책도 찾는다. 이게 일반적인 나의 책 소비 패턴이고 한 작가의 팬이 되는 과정이다. 손보미 작가를 좋아하게 된 경위가 이와 같았다. 손보미 작가의 <과학자의 사랑>을 읽었고 그 순간에 그 작가에게 매료되었다.

 

우다영 작가도 마찬가지였는데 비가 오는 날 시간이 남아서 들린 도서관에서 <창모>를 읽었을 때 그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난 우다영 작가의 팬이 되었다.

 

<창모>의 시작은 소설의 화자인 가 창모와 알고 지낸다고 밝힐 시 겪게 되는 의문 섞인 표정을 묘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네가 왜?’ ‘무슨 결핍이 있니?’라는 표정과 마주하는 주인공의 고백은 창모라는 존재가 어쩐지 이상한 존재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창모는 정말 이상한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창모는 일상에서 굴절된 일종의 위협으로 여겨진다. 같은 나이대의 친구를 청테이프로 철봉에 결박하거나 버스에서 임신부를 위협하거나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할머니를 모욕하는 이다. 그는 목줄이 풀린 채 거리를 활보하는 들개이며 온 몸에 문신하고, 취해선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이나 다를바없다.

사실 창모는 다른 소설이나 매체에서 그려졌다면 빌런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삼은 소설에서는 창모는 너무나도 진부한 빌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다른 매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다영의 특징이라고 할만한 점은 창모를 빌런이 아닌 장애인으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창모를 시한폭탄으로 여기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는 창모를 하나의 인간으로 대한다. 이는 이 소설의 가장 탁월한 점이며, 경청이라는 태도가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이 점이 다른 소설가들과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우다영이라는 작가는 더 성장해야 하는데 더 큰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그 차이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시류와는 조금 다른 결의 소설을 쓰기 때문에...

 

<창모>는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 중에 가장 명확한 서사를 가진 소설이기도 하다. 우다영 작가는 본디 모호한 서사와 체험을 뒤섞어서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때문에 <창모>는 그의 소설 중에서도 결이 확실히 다른 소설이다.

 

<당신이 있던 풍경의 신과 잠들지 않은 거인>은 한 가족의 사고를 분기로 일어나는 평행 우주에 대한 소설로 신비스러운 묘사와 유담과 은령이라는 두 주인공의 인생의 교차를 세밀하고 핍진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적인 작품이다.

 

우다영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얽혀 있는 순간을 잘 묘사하는 작가다. 여러 인물의 인생이 얽히고 풀리는 관계를 묘사한다. 이 책의 다른 소설들인 <해변 미로>, <메조와 근사>, <사람이 사람을 구해야죠>등은 그런 특징을 가진 작품이다. 그렇기에 작가의 작품인 <창모>는 더욱 두드러진 작품이다. 구체적인 서사와 창모라는 한 문제적 인간에 대한 고민과 그를 대하는 사회의 대우까지...

 

얼마 전에 우다영 작가의 신작인 <북해에서>가 나왔다. 내게 우다영 작가는 믿고 사는 작가이므로 그 책도 살 예정이다. 한해에 책 하나를 내시던데. 열심히 쓰셔서 한 해에 두 권정도는 내주시길... 난 계속 살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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