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굴

다랑쉬굴에 견학 왔다
까마귀 울음처럼 캄캄한 시간은
무릎 접고 등 굽혀야 보였다
견학 시간이면 떠들거나 휴대폰을 하던 우리들은
다랑쉬굴 앞에선 모두 묵묵히 있었다
봄이 한창인 사월인데 그 겨울날이
아직 굴에서 나오지 못해서일까
언 감자알 같은 돌을 갖고 놀던 아이 노래가
귓가를 울려서일까 젊은 모습 사진만 남기고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를 떠올려서일까
제사 때마다 그 사진을 넋 놓고 바라보시던
할아버지 푸른 발이 아른거려서일까
나는 뒷덜미가 시려 자꾸 어깨를 움츠렸고
바람에 실려 온 동백꽃 향기가 매캐한지
친구들은 손을 꼭 잡고 눈을 감았다

•1948년 12월 18일 당시 하도리 · 종달리 주민 11명(아이 포함)이 숨어 생활하다가 발각되어 집단 학살당한 곳. - P1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