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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공경희 옮김 / 책만드는집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에 대해 생각하며 - 예언자를 읽고 by 힐리
내가 좋아하는 말 중,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라는 말이 있다. 옛 신라 시대의 위대한 스님이자 사상가이신 '원효대사'님의 이론의 핵심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연히 이 두 단어를 접한 후, 나의 삶의 초점 역시 여기에 맞춰지고 있다. 스스로 이롭게 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남만을 이롭게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모두 피해가 될 수 밖에 없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전혀 도와주지 않고,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데에만 급급하는 삶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 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예언자'는,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의 정신을 잘 가지고 있고, 실제로 열심히 행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여러문제에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가치관을 통해, 스스로만 위대한 성인과 같은 삶을 사는 게 아닌,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원효대사님의 정신과 일치한다는 것 이다. 물론 예언자는 허구의 인물이고, 이 예언자를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은, 저자가 그 뒤에 숨어있지만 말이다.
결국 살아있는 지식이라는 것, 정말 세상을 이롭게 하고, 바꿀 수 있는 지식이라는 것은, 옛 경전이나 외워대고, 어렵고 난해한 사상가들의 이론을 분석해서 체득하면서, 혼자만의 성취에 급급한 것에서 그치는게 아닌, 그렇게, 스스로를 이롭게 한 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데서 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바디유가 사랑에 대해 철학적으로 개념을 만들어도, 중요한 건 사소한 문제로 다툰 연인과의 문제이다. 제 아무리 어려운 철학적 개념이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데카르트의 코기토,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등 어려운 개념들을 아무리 알아봤자, 그냥 추운 겨울 날 따뜻한 이불속에서 귤을 까먹으서 좋아하는 드라마를 챙겨보는데서 오는 그런 행복을 설명하지도 못하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결국 그 어떤 위대한 사상도, 삶의 구체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그 의미가 있다는 것 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깨달은 자' 라는 사람이 답변하는 많은 문제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이 아닌, 그저,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겪게되는 일상적인 것들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깨달은 사람이라는게, 뭔가 획기적인 발명을 하거나, 먼 미래를 예언하는게 아닌, 그저 집이나 옷, 법, 아픔, 우정 등에 대해서만 대답을 하는게,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드는 만큼 말이다. 하지만 정말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건, 먼 미래를 예언하는 것도, 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아닌, 그저 일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는게 좋을지를 제시하는 것 이고, 실제로 이 책에는 그런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이타'의 정신을 새삼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사실 이 책 속 예언자의 답변은, 뭔가 애매모하다. 뭔가 통념 보다는 자기만의 가치관을 말하는 것 같긴 한데, 명확하고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주진 않는다는 것 이다. 나 역시 이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이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나의 느낌을 말끔하게 씻어주고, 한편으로는 좀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게 해 주었다.
'이 말들이 모호할지라도 명확하게 하려 애쓰지 말기를. 삶과 살아가는 모든 것은 결정체 속이 아닌 안개속에서 잉태되지. 또 결정체가 쇠락하는 안개일 뿐일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