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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그때 장자를 만났다를 읽고 by 힐리
장자를 처음 만난 건, 한창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쯤이었다. 지하철에서 항상 책을 읽곤 했지만, 그것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버스를 타거나 걸을 때는 읽지 못한다는게 아쉬웠다. 그래서 e-book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그 중 하나가 장자 였다. 하지만 당시에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그냥 '조삼모사'나 '호접몽' 정도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서 조금 익숙한 정도였지, 그 외의 이야기들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왜 구부러진 나무가 더 좋다고 하는 건지, 갑자기 대붕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건지, '장자'라는 책인데 '공자'가 왜 계속 등장 하는 건지, 갑자기 피리 얘기가 나오고, 바람 얘기가 왜 나오는 건지, 뭔가 교훈적이고 깨달음을 바로 바로 말해주는, 다른 고전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수백권의 책을 읽었고, 특히 철학에 대한 공부도 몇달전부터 조금씩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장자'에 관한 서적이나 강의도 몇번씩 들었고, 그제서야 '장자'의 수 많은 이야기 속에 숨겨진 그 이야기들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책을 만났고, 어렴풋이 알고만 있던 이야기들과 그 의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이 단순히 장자에 대한 이야기만 한 것이라면, 여느 책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 이다. 다른 점이라면, 고대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유난히도 많이 나오면서, 장자의 이야기 속의 그 의미들을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것 이다. 소크라테스도 많이 나오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도 많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은, 바로 '에픽테토스' 이다. 이름 정도는 몇번 들어보았지만, 이 철학자에 대해 그다지 아는게 없었던 나로서는, 낯선 인물이 수 밖에 없었는데, 다른 시대에,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살았던 동양의 한 사상가와, 서양의 한 사상가의 이야기들이 묘하게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그 외에도, 때로는 그리스인 조르바도 자주 등장하고, 알렉산드로스, 디오게네스 등, 다양한 사상가들이 등장하면서, 장자의 이야기에 살을 보태고 있다.
분명, 장자의 이야기 속에서, 단순히 '무위자연'으로만 알고 있는 우리들의 인식을 바꾸며, 삶의 방법, 태도, 그리고 의미를 찾게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어려운 이론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장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장자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꽤나 괜찮은 책이 아닐까 싶다. 다만, 과연 그 이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았냐 라는 의문에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중심이 '장자'가 아닌, 서양의 고대 철학자들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들어 아쉬웠다. 분명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해를 도와주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서, '장자' 그 자체만의 그 색깔을 느끼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상의 문제를 떠나, 개인적으로는, 저자만의 이야기에 많은 흥미가 갔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치열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느새 잃고 있었던 것들을, 장자를 통해서 다시금 찾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모습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아무리 좋은 고전이라 해도, 제 아무리 좋은 사상가의 이론이라 해도, 결국 현실을 떠나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책의 위상이나 의미를 떠나, 장자라는 책이 저자의 삶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용한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고, 나 역시 철학이나 고전들을 좀 더 내 삶에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