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
정성채 지음 / 싱긋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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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글이 되다 -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을 읽고 by 힐리

 

​나는 작가가 꿈인 대학생 이다. 그래서 책도 많이 읽고 있고, 매일 같이 글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나의 전공은 전혀 다른 분야였고, 이 때문에 대학생활 내내 힘들었다. 그래서 여기 저기 강연을 들으러 다니면서, 꿈에 대한 나의 고민을 묻곤 했다. 놀랍게도, 답변은 거의 같았다. 앉아서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열심히 삶을 살아가면서 글을 써라는 것 이다. 현실에서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든, 어쨋든 밥벌이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느끼면서 글을 써야, '살아있는 글'이라고 했다. 하지만 몇번씩이나 이런 얘기를 들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글이 살아있는 글이고, 어떤 글이 죽어있는 글 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면서, 이런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제목부터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어 보이는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저자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문제, 다양한 상황,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생각을 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로는 당장 먹고 사는, 사소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떄로는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 우리나라 경제나 정치에 대한 비판으로 시퍼런 날을 세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런 글들의 소재는, 멀리 있는것도 아닌,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늘 접하고, 늘 생각하게 되는 것 들이다. 지극히나, 직장 생활을 30년을 한 월급쟁이 다운,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직장인의 삶 그 자체인 것 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삶을 별로 살아보지 않은 나 조차도 어느정도 공감이 가고, 영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도, 마찬가지로 직장생활을 30년 정도를 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 이 글들이 공감이 가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것은 바로, 저자는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함 이라는 틀 안에서,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책을 내기 위해, 작가인 척을 한 것도, 작가의 삶을 흉내내지도 않았다. 그저 점심시간이면 맛집을 찾아 다니는 재미에 살고, 걷는게 몸에 좋다는 말에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아주 긴 거리를 걷기도 하고, 허리가 아파서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무료해 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과, 혹은 우리들의 아버지의 삶과, 너무나도 닮았다. 그랬기에, 저자의 생각들이 우리들의 가슴에 와닿는게 아닐까. 오히려, 전혀 작가 같지 않은 삶을 살기에 가질 수 있는, 그런 공감력이 아닐까 싶다.

 

책 자체가 무척 훌룡하고, 내 삶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책을 보면서, 이제까지 내가 항상 들었던 의문, 즉, '살아 있는 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나는 이보다 좀 더 좋고, 좀 더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만한 글을 쓰고 싶긴 하지만, 저자 처럼, 평범하게 현실을 살아가면서 글을 쓰고, 그 글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모습은, 몇번이고 본받고 싶다. 만약에 내가 결국 원하는 시기에 작가로 성공을 하지 못하더라도, 30년 정도가 지나서, 지금 저자의 나이 정도가 되면, 지금의 저자처럼, 이렇게 계속 글을 쓰고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도, 저자가 쓴 이 책 처럼, 충분히 좋은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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