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모님 우울증 - 나는 이런 결혼을 꿈꾸지 않았다
김병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일반 식당과, 한정식 집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일반 식당은, 하나의 메뉴를 주문하면, 그 메뉴가 푸짐하게 나온다. 돈가스를 시키면 커다란 돈가스가 나와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돈가스 외에 다른 반찬을 먹을 수는 없다. 반면 한정식 집은 다양한 종류의 반찬이 나온다. 그래서 여러 반찬들을 제각각 맛을 보며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한 가지 반찬을 많이 먹을 순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삶은 일반 식당에서 시키는 음식과 같지 않을까. 하나의 삶을 선택했으면, 그 삶을 살아가야 한다. 다른 삶이 궁금하긴 해도, 이미 하나의 삶을 선택한 이상, 옮겨가긴 힘들다.
바로 이러한 것이,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지 않나 싶다. 사실 이제 20대 중반을 맞이하는 대학생이 이 책을 읽는 것은 우스꽝 스럽게 느껴질 지 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삶, 혹은 내가 앞으로 살아갈 삶이 아닌, 내가 전혀 살아가지 못하는 삶, 나와는 전혀 무관한 삶에 대해서도 늘 궁금했고, 이 책은 그러한 삶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다. 특히 다양한 사람의 고민을 들어봄으로서, 삶에 대한 시각도 넓히고, 다양한 생각을 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여성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안정'에서 오는 '무기력함'과 '허무함'에서 비롯 된다. 남편과 자식을 뒷바라지 한다고 자신의 삶을 바쳤는데,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결국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새로운 고민이, 새로운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것만 하면' 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그 너머에 있는 '천국 같은 삶'만을 바라며, 오랜 시간 꾹 참아 왔는데, 자신이 바랬던 그러한 삶은 없었다. 모두 거기서 시작 된다. 그 이후로 '자식 문제'나 '남편 문제', '자신의 삶' 등, 세세한 줄기는 다를지라도, 결국 본질은 같다.
사실 이러한 것은 꼭 '사모님'만의 문제는 아닐까 싶다. 우리들 역시 항상 뭔가 장대한 목표를 가지며, 그 목표 이후에 오는 달콤함을 기대하며, 현재를 기꺼이 희생한다. 우리가 늘 간절히 바라던 것이 실제로 이루어 졌을 때, 결과적으론 그다지 행복 하지 않다. 이론대로라면, 각종 고시를 패스한 사람, 어렵게 승진에 성공한 사람, ceo의 꿈을 이룬 사람, 복권에 당첨되 사람 등은 모두 아무런 걱정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사모님'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40~50대의 주부를 대상으로 했을 뿐 이지, 결국 그들이 겪는 고민들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문제들이다. 어쩌면 그런 점에서 인생은 '성취 뒤의 허무함. 그리고 그 허무함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과 성취'의 연속 일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고민들은 그 간격이 워낙 크다보니 '우울증'에 빠진 것 뿐, 우리들 역시 이러한 틀 속에 갇혀 있다.
저자는 '사모님'들을 위해 고민을 들어주고, 우리들에게는 '그림' 한 점을 제시하며, 그 심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 다양한 고민 만큼이나 다양한 해결방안이 있는데, 사실 해결책보다는 '현상에 대한 해석' 위주로 전개해 나가고 있어, 조금 막연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저자가 말하는 바는 바로, '현실을 직시해라' 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았든, 그 결과 지금의 처지가 어떻든,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누구의 삶을 함부러 진단하고,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식의 처방은 위험하기도 하고, 그리 좋은 처방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저자 역시 이것을 강조한게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이러한 저자의 처방에 동의하며, 내 삶의 문제에 있어서도, 적용해볼만한 방법이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