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생각이다!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다'라는 토스토옙스키의 말이 있다. 그 사람이 쓴 글을 보면, 그 사람이 이제까지 읽은 책과 경험, 생각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세상에 대해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저자는 자신이 쓴 글 뒤에 숨으려 하지 않고,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그 누구를 위한 글도 아니기 때문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오히려 그 어떤 글 보다 순수하고 맑은 글이 아닐까 싶다.

 

책에는 저자의 많은 생각들이 나온다. 대한민국, 정치, 도덕, 문학, 수필, 예수, 권태, 우정, 성 등, 정말 다양한 분야 혹은 소재에 관한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저자의 생각들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것 같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곳에 모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것은 저자가 인생에 있어서 실천하고 있고,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 자신의 철학이기도 하다. 바로, '상자 속에서 나오는' 것 이다.

 

조선시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정말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힘 없는 반도의 한 나라에서 경제 대국이 되었고, 세계화의 물결에 올라서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세계의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이다. 하지만 그런 커다란 변화도 피해 간 것은, 조선시대 500년 동안 우리의 사고와 의식을 지배했던 커다란 상자 이다. '공자'의 사상에서 시작되어, '도덕'을 강조하고, 자신을 항상 낮추는게 미덕으로 인정 받고, '성'을 저속한 것으로 간주하며, 자신의 신분, 계급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이 상자는 현대에 들어서 그 겉모습만 바뀐 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상자 속에서 나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제는 한 다리 정도는 상자 밖 세상에 내딛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상자 바깥 세상에서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 조선시대 500년 이전의 우리 모습은 결코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실제로, 우리나라는 페르소나, 즉 '가면'이 너무나도 많이 필요한 사회이다. 항상 자신을 숨기고, 낮출 것을 강요 받고, 지배 계급의 통치를 말 없이 수용하고, 사회가 정한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선 안되는 것을 늘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 자체가 유연하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 있다. 특히 저자가 많이 강조하는 '성'에 관해서나,  '도덕'에 관해서는 유독 그 정도가 심한 듯 하다. 물론, 이렇게 살면 된다. 우리 선조들을 그렇게 살아왔고, 그 결과 나름대로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것을 폄하하면서도, 서양의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찬양하고, 고급으로 여긴다는 것 이다. 유교적 정신을 고집 할 거면 그 길로 쭉 걸어나가면 되는데, 막상 또 그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이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태란 말이다.

 

저자의 생각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그의 '생각'을 말해줄 뿐, 정답도 아니고, 해결책도 아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통해 우리가 '상자' 안에 갖혀 있는 것을 자각하게 해 준다. 상자 안에서 벗어나는 순간, 사고가 얼마나 자유로워 지는지, 삶이 얼마나 즐거워 지는지, 자신의 삶을 통해, 자신의 글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그의 생각은 책을 통해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선택하는 일만 남은 셈 이다. 상자 안에서 나올 것인가, 아니면 상자 밖으로, 미약하게 나마 팔이라도 뻗어볼텐가. 이 책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