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려라 아가리 - 홍세화, 김민웅 시사정치쾌담집 ㅣ 울도 담도 없는 세상 2
홍세화.김민웅 지음 / 일상이상 / 2013년 12월
평점 :
우리나라 만큼 '정치'라는 단어에 민감하고, 쉽게 비난 받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그것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즉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정치가 결코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정치는 어렵고 복잡하다. 우리의 삶이 마치 수학 처럼 하나의 답 만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변수에 대해 한 가지 답만 나오는게 아닌 만큼, 정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에 있어서도, 하나의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하나의 원인 만을 찾는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요즘 따라 또 다시 정치계가 많이 시끄럽다. 이것 역시 또 하나의 과정이겠지만,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오랜기간동안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석기 사태, NLL 문제, 대선 조작, 통합 진보당, 경제 민주화 등, 하루도 쉴 틈 없이 여러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 두 대담자의 대화 형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고 있는데, 이 분들이 말하는게 결코 정답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모든 문제들을 꿰뚫는 핵심이자 본질은, 결국 하나 이다. 바로, 열리지 않는 우리들의 '아가리' 라는 것 이다.
여기에는 많은 원인들이 존재한다. 그 중 이들이 가장 커다란 원인으로 뽑는 것은 바로 '교육' 이다.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생각의 '주체'를 없애는 교육은, 아직까지도 아무런 제제 없이 수용되어 왔고, 이것은 단순히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떠나, 전체적인 국민들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다는 것 이다. 현실을 먹고 살기에만 급급하고, 경제 걱정을 하기에도 바쁜 현대인들은, 몇십년 동안 '그렇게' 교유 받아 왔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안경을 씌워 줘야만 그제서야 그 문제를 바라보는데, 그 안경이 제대로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은 것 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모든 걸 극단적으로 판단하게 되었고, 특히 '종북 세력', '빨갱이'라는 안경만 가져다대면,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비판하게 되버린 것 이다.
사실 이석기 사태, NLL 문제, 대선 조작, 경제 민주화 등의 문제들은, 제 각각 다른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국민이라면, 이런 사태들에 대해서도, 정확히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 진실 여부에 대해서 판단하기 위해 노력할테다. 그런 국민들에게는 아무리 안경을 들이대봤자, 그들의 눈으로 정확하게 본질을 꿰뚫어 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런 눈, 그리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 이다.
이런 이유로, 두 대담자는, 제대로 된 교육을 강조한다. 만약 국가에서 그런 교육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독서와 사유,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그 힘을 키울 것을 말한다. 정치는 대통령 선거에 한번 참여 했다고 끝이 나는게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된 시각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으로 끊임 없이 주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제대로 이뤄지는 것 이다. 닫혀버린 아가리가 다시 열리는 순간, 이런 책은 더 이상 필요가 없어 질 것 이다. 두 대담자와 같은 진보된 지식인들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고, 이들이 낸 책이 더 이상 팔리지 않을 때, 우리 사회는 진정으로 진보되고, 국민이 주권을 가진 사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