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처럼 말하라 - 세계 최고 프레젠테이션의 25가지 비밀
아카시 카리아 지음, 김준수 옮김 / 정보문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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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노력에 대해 - 'TED처럼 말하라'를 읽고


​누구에게나 '말을 잘 하고 싶다' 는 욕망은 있다. 그리고 항상 말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 하곤 한다. 실제로도 어떤 모임에 가든 '말 잘하는 사람'이 주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인기가 많은 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때로는 행복도 찾기에, 이러한 '관계'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는 건, 바로 '의사소통' 이다. 물론, 이러한 의사소통의 가장 간단하고, 전달이 빠르고, 사람들이 많이 활용하는 방법은 바로 '말' 이다. 그러다 보니 '말을 잘한다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다 원활하게 잘 맺는 다는 것을 의미하니, 말을 잘하고 싶다는 욕망과, 말 잘하는 사람이 인기가 많은 현상은 어쩌면 지극히나 당연한 현상 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들은 이런 '말하기' 능력에 대해, 어쩌면 지나칠 만큼 '재능'이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굳게 믿고 있다. 태어날 때 부터 말을 잘 했던 사람이 어디 있을까 라는 간단한 의문만 던져도 이러한 믿음에 한번쯤은 의문을 가져볼 법 한대도, 우리는 그저 이것을 '재능'으로 치부하고,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서는 결코 재능을 이길 수 없는 것 마냥 여기고 있는 것 이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유명한 강사가 되거나, 아주 멋진 강연을 펼치는 많은 사람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멋진 강연을 펼친 연사들의 모습을 통해, '말하기'의 핵심 기술과 유의점들을 하나 하나 분석해 냄으로서, 우리들의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서도 충분히 말하기 능력이 좌우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결국 '재능'이란 없다. 그저 연습을 더 했느냐 덜 했느냐의 차이이고, 실전 경험을 통해 무엇을 꺠닫고, 무엇을 배웠느냐, 그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유명한 강사들의 팁들이 있어서 우리가 겪을 시행착오를 미리 말해주기에 무척 유용한 교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결국 우리가 직접 무대 위에 올라가고, 수십번, 수백번 연습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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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읊조리다 - 삶의 빈칸을 채우는 그림하나 시하나
칠십 명의 시인 지음, 봉현 그림 / 세계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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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은 좋아하고 많이 읽지만, 문학 작품을 거의 보지 않는다. 자기계발서와 인문학 서적에 지나칠 만큼 편중 되어 있는 독서 습관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삶의 의미를 논하고, 내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아름다운 글이나 문장을 볼 수 있는 안목은 형편 없는 수준이다. 책에 있어서 지나치게 편식을 하다보니 나타난 결과이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나의 형편 없는 감수성을 일깨워 주었다.

책에는 각종 에세이집이나 시집에 있는 문장 가운데, 가장 인상 깊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뽑아서 구성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한 권의 책을 읽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이 책 한권을 통해 모두 공짜로 얻은 기분이다. 마치 수십권의 책을 읽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책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통해서, '문장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아주 부드러운 문체, 아주 좋은 내용의 긴 글 보다, 이렇게 하나의 짧은 문장 하나가 나에게 더 와닿고, 마음을 울리는 듯 하다. 이러한 느낌은 결코 자기계발서와 인문학 서적을 아무리 읽어도 받을 수 없는 느낌이다.

사실, 비록 문학은 아니라도 나 역시 글을 쓰는 입장에서, 하나의 멋진 문장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대충은 알고 있다. 수십편, 수백편의 글을 써야, 그 중에서 겨우 몇개의 문장을 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러한 문장들은 다른 사람에게까지 공감을 주면서, 와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수십개, 수백개, 어쩌면 수천개의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간신히 탄생한 멋진 문장들을 한 책에 모아서 본다는 것이, 작가들의 엄청난 노력들을 날로 먹는 다는 기분이 들기도 해서, 왠지 작가분들에게 죄송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문장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이런 문장들을 보고 감탄을 하면서, 나 역시 이런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문장 하나를 쓰게 된다면, 조금은 덜 죄송하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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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청문회 1 - 독립운동가 김구의 정직한 이력서
김상구 지음 / 매직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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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주의에 대한 건전한 비판인가, 폄하인가' _ 김구 청문회를 읽고 




처음 이 책이 서평 이벤트로 올라왔다는 걸 알고나서, 뭔가 나의 호기심을 끌긴 했지만, 한편으론 고민도 되었다. 이제까지, 마냥 위대하고, 최고의 애국자 이자, 우리들의 영웅으로만 생각했던 '백범 김구'에 대해서, 이제까지 내가 믿고 있던 사실들이 모두 허구라는 게 밝혀지고, 이 분이 실제로는 그리 위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될까봐, 즉, 이 책을 읽고 이제까지 내가 쌓아왔던 나의 가치관과 생각들이 무너질까봐, 두려웠던 것 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기로 다짐을 한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내용이 진실이든, 아니면 그렇지 않든, 이 책을 읽고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전적으로 나의 판단이고, 나의 가치관과 생각들이 무너지더라도, 그것 역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책의 내용은, 역시나 놀라웠다. 정말 영웅적인 삶을 살고, '위인'이라고 불러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김구의 삶이, 떄로는 과장되고, 때로는 날조 되었다는 것을, 각종 자료들을 통해 증명해 나가고 있었던 것 이다. 특히 우리가 교과에서 배운 내용, 혹은 백범 일지를 통해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사실들이, 진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 였다. '백범 일지'의 내용을 주로 다룬 1권은 물론, 이제 독립 후 '정치인'으로서의 김구의 삶을 다룬 부분 역시, 우리가 이제까지 배웠고, 알고 있던 김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김구는 그저, 자신의 젊은 시절을 과장하고 날조해서 자신을 영웅화 하고, 정치를 시작한 이 후로는, 지극히나 계산적이고, 때로는 이해가 안될정도로 엄하기도 하고, 자신의 권력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그런 '약아빠진 정치인'이었던 것 이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 속 위인들을 보면, 몇몇 위인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단군 왕검부터 시작해, 김유신, 왕건, 세종대왕, 장영실, 이순신, 김좌진, 안중근 등, 이런 위인들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순간, 우리는 애국심 하나 없는 놈이자, 기회만 되면 나라를 팔아먹을 '매국노' 등의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 이다. 한 사례로, 애국심을 마케팅해서 크게 성공한 영화 '명량'을 비판한 한 블로거는 '호로새끼'가 되어야 했다. 그 비판이 합리적이든, 그렇지 않든, 우리에겐 그들은 절대 비판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 있었던 것 이다. 이런 많은 위인들 중에, 김구 역시 포함 되어 있지 않을까. 국민들에게 이 분들은, 결코 살면서 나쁜 짓을 단 한번도 안하고, 청렴결백하고, 의리 있고, 멋진 삶을 '살았어야만' 한다. 인간이기에 실수 할 수 있고, 잘못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는 것 이다. 이러한 꽉 막힌 틀 속에서, 김구 역시 그저 보호 되어 온 게 아닐까.

물론 나는 이 책을 온전히 믿지 않는다. 건전한 비판 보다는, 마치 '김구는 실제로 국민적 영웅이 아니다'라는 전제 아래에서, 그에 맞춰서 자료를 찾고, 비교한 느낌이 강하고, 실제로 기록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시기에서도, 일단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 한다. 김구가 지나친 국수주의로 높게 평가받은건 사실이지만, 너무 지나치게 폄하 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저자가 김구를 불신하는 딱 그만큼, 나 역시 저자에 대해서 불신을 낳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완전히 밝혀진 일이 아닌 사건들에 대해서도, 일단 김구를 폄하하려는 글을 쓰고 증명하다보니, 그냥 안 좋은 일,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일들을 모두 김구에게 덤탱이 씌우는 느낌도 강하게 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온전히 믿을 순 없는 것은, 나는 아직 '백범 일지'를 제대로 읽지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하면 '백범일지'에 대한 비판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일반적인 지식들에 대한 비판이다. 그런데 그러한 비판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가, 그것을 비판한 책 부터 보고, 그걸 철썩같이 믿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내게는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를 판단할 만한 역량이 아직 갖추어 지지 않은 것 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은 내게 새로운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었다는 것 이다. 김구는 무조건 위대한 영웅이자 위인'이어야만'하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비판이 나올 수 없다. 우리가 늘 물 안에 있으면, 지금 이 곳이 물인지 알 수 없듯이, 물을 제대로 관찰 하기 위해서는 일단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물 밖으로 나와서, 우리에게 물 밖의 세계의 존재를 말해주고 있다. 물론 저자가 나온 곳이 제대된 밖이 아닐 수도, 오히려 지금 우리가 있는 물 보다 더 좋지 않은 물 속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판단 마저, 이 책을 읽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국수주의에 대한 건전한 비판인가, 폄하 인가. 나도 여전히 이 책이 어느 방향에 더 치우쳐져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만약 우리가 아는 것이 진짜 진실이 아니라는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분명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저자가 비판하는 건 '김구'가 아닌, 김구를 그저 감싸안으려고만 하는 우리들의 지나친 '국수주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김구는 이미 죽었고, 이 분이 백범일지를 실제로 날조했든, 그저 약아빠진 정치인에 불과했든, 그런 사실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과, 그 증명을 할 수 있는, 우리 후손들의 태도가 아닐까. 이러한 과정을 제대로 극복해야만,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 선조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그것이 긍정적인 평가이든, 부정적인 평가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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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선택 아로파 - 고장난 자본주의의 해법을 찾아 65,000km 길을 떠나다
SBS 최후의 제국 제작팀.홍기빈 지음 / 아로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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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는 크게 양분 되었고, 여기에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여러 복잡한 관계들이 얽혔겠지만, 자기만의 '선'과 '악'이 명백히 나누어진 시점에서, 현존하는 체제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용납 되지 않은 채, 두 체제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 되었다. 겉으로는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다른 체제에 대한 견제로 인해 어쩔 수 없다고 말 할 순 있겠지만,1990년대 이후, 소련이 붕괴 되고,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를 선택하게 된 이후에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했다. 그러다보니, 역사적인 해석도 자본주의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특히 현 인류가,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이론이나, 인류는 애초부터 탐욕과 사치로 가득해서,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이론 등은, 현 자본주의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받아들이길 거부하였다. 몇 차례의 위기를 겪고 나서도, 제대로 된 비판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강한 사회적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그런 미국을 따라 가는데 급급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곧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빨갱이'를 의미하게 되는, 이 말도 안되는 논리 속에서, 자본주의는 그 어떤 비판도 받지 않으며, 제멋대로 덩치를 키워 나갔다.

하지만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상태를 기점으로, 그제서야 자본주의와 신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고, 역사적으로나, 혹은 현재 여러 사회주의식의 복지형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겪이지만, 이제까지는 외양간을 고치는 것 조차 그 누구도 선뜻 시작 하지 못했던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외양간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떠나간 소를 붙잡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자, 미국과 중국의 현 모습이다. 빈부 격차는 커질 대로 커지고, 소수가 대부분의 부를 가지고, 중산층은 몰락하고, 빈민층이 더욱 늘어나는 모습은, '세계 1위 국가' 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게끔 만들었다. 무엇보다, 수십년 후에는 미국을 넘어설 거라는 중국 조차, 돈이 없어 '모유'를 팔고,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인생 역전을 위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상품화 하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되었다. 결국 '돈'이, 인간만이 가지고, 추구할 수 있는 '인간 다운 것'들을 앗아가고 있는 것 이다.

이토록 복잡하고, 얽힐 대로 얽혀 있는 문제들을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책은 그 해답을, 미국과 중국에서가 아닌, 유럽의 여러 복지국가에서도 아닌, 신흥국에서도 아닌, 바로 '자본주의'를 완전히 벗어나 있는 라다크의 자그만한 산악마을, 그리고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자그만한 섬에서 찾았다. 특히 이 '아누타 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인구가 약 300명 밖에 되지 않고, 그렇다고 땅이 그리 비옥하지도, 많은 가축을 키우거나 방목 하지도 않는 이들의 생활은,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선을 주식으로 먹으면서, 맛있고 영양가 많은 음식을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아파도 병원은 커녕 악화되어 그냥 죽을 수 밖에 없고, 숱한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당장 내일 먹을 식량을 걱정해야 하는 이들의 생활은, 어째서 이렇게나 편하고 좋은 첨단 기술과 문명을 놔두고, 굳이 옛날의 그 불편한 방식을 고수하는지, 절로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개하다고 여기는 이들의 문화와 체계 속에서, 우리는 우리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토록 기술이 발전 되었고, 먹거리가 풍부해진 이 시대에, 어째서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길까.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가장 큰 원인은, '불공정한 분배'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더욱 배부르고, 돈이 없는 사람은 더욱 배가 고파야 하는 이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빈부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덕이는 우리들에게, 아로타 섬은, '빅맨'을 통해 '공정한 분배'를 추구한다. 능력 위주로 분배가 되어야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우리들에게, 이들의 이런 분배는 무척 비합리적이게 느껴질 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렇게 '합리적'으로만 따진 결과,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가. 사냥을 열심히 한 사람도,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도, 나이가 많거나 적은 사람도, 힘이 세거나 약한 사람도, 모두 똑같이 분배가 되는 이들의 모습은 분명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 사회에서는 노숙자도 없고, 굶주리는 사람도 없고, 자살하는 사람도 없다. 비록 양은 적을지라도 행복하게 나누고, 모두가 밥을 먹을 수 있는 이들 사회를 보고, 우리는 과연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말하는 것 처럼, 우리는 더 이상 '국가'적인 것이 아닌, '공동체'적인 것을 추구하는게, 지금의 이 현실을 해결하는 하나의 실마리 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애초에 탐욕과 욕망에 물들어 있는 인종도 아니고, 경제적인 동물이 아닌, 서로 사랑하고, 나누는 동물이 정말 맞다면, 우리에게 어울리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적인 성향을 띄는 '공동체' 내에서, 꼭 '화폐'가 없더라도 스스로 자급자족 할 수 있고, 서로 나누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더 어울릴 것 이다.

물 속에 계속 있으면, 지금 이 곳이 물 속인지 아닌 지를 알 수 없다. 이 곳이 진짜 물인지, 물이라면 어떤 물 인지 알기 위해선,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본주의를 정말로 제대로 진단하고, 비판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 서 있는 이 곳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자급자족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저 먼 섬나라의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우리들이 가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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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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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조국'이라는 분에 대해 거의 듣지 못했다. 다만 '닥치고 정치'라는 책에서, 김어준이 이 분에 대해 많이 언급을 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이 책을 첫 부분을 조금 읽다가 말았다. 하지만 그토록 정치에 대해서 자신의 소신이 뚜렷하고, 강한 진보성을 가진 김어준이 지목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이 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자신의 의견이 많이 담긴 자서전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서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에세이집 이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또 제목과 표지까지 고려하면, 이 책을 어떤 종류로 분류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외적인 것에서 드는 이런 아쉬운 점들을 모두 상쇄할 정도로, 이 책이 주는 메세지는 무척이나 의미가 깊고 인상깊지 않나 싶다.
해외 유명 대학원 법학 박사, 서울대 법학 교수. 그의 이런 사회적 지위가 말해주는 느낌은,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층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한편으로는 '보수적일 것이다'라는 생각 역시 함께 준다. 서울대 교수를 하고 있는데다가, 게다가 법 까지 공부를 했다는 것이 주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만큼 말이다. 어떻게보면 우리가 늘 비판하는, 이른바 '기득권 층'의 그 한 중심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저자는 무척이나 진보적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결코, 그가 지금의 사회 문제에 얼마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는지, 그의 진보적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의 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놀랍게도 내 생각과 무척이나 유사하였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오로지 취업에만 얽메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닌, 그저 학점과 스펙만을 외치는, 그리고 돈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이런 사회를, 나는 살아가더라도, 우리 후손들에게는 결코 물러 주고 싶지 않다는 것. 잘못된 걸 알면서도, 결국 나 하나 먹고 살겠다고 방치해둬서, 결국 내 자식들도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너무나도 미안할 거 같다는 것. 그런데 저자는 이 말을 그대로 하고 있다. 그토록 민주화를 위해 싸우면서,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사회를 꿈꿔왔는데, 이제 기득권이 된 시점에서, 결국 단 한걸음도 진보하지 못한 사회를 우리 세대에게 물려줬다는 것이,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한다.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기득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얼마나 우리를 생각해주고, 자기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지, 세삼 깨닫게 해주는 그런 부분이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젊은 대학생들의 의지이다. 제 아무리 국가가, 사회가 어떻게 바꾸려 한다해도, 우리들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결코 지속가능한 변화는 존재할 수 없다. 10년, 20년 후에는 우리가 이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힘들다. 지금의 기득권이 계속해서 자신의 밥그릇만 지키려 한다면, 결국 사회는 제대로 진보할 수 없을 것 이다. 지금의 사회가 정체되어 있는 이유는, 분명 지금의 대학생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의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들의 탓이 크다. 결국 바뀌어야 하는 주체는 우리 대학생이지만, 바뀐 우리들이 살아갈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이들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세대의 손뼉이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조국 교수님은 우리들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있다.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진보의 틀에 자신을 가둔 게 아닌, 진정으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젊은이들이 정말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떄로는 글로, 때로는 직접 행동으로서 보이고 있다. 나는 기득권에 대해 무척이나 보수적이지만, 이런 기득권이라면, 오히려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다음세대 들에게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하는 이런 기득권이 많이지는게,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진보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이 분이 결국 안철수 의원님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지금 처럼 '지식인'으로서 계속 목소리를 내며 '조력자' 역할에서 끝날지는 모르겠다. 아마 시대가 원하고 있기에 전자 쪽으로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만, 그가 정치인으로서 성공을 해서 대통령이 되든, 아니면 실패를 하든, 나는 교수님이 자신이 썻던 이 책에 대해, 자신의 글에 대해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고, 그런 미래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그럴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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