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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선택 아로파 - 고장난 자본주의의 해법을 찾아 65,000km 길을 떠나다
SBS 최후의 제국 제작팀.홍기빈 지음 / 아로파 / 2014년 8월
평점 :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는 크게 양분 되었고, 여기에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여러 복잡한 관계들이 얽혔겠지만, 자기만의 '선'과 '악'이 명백히 나누어진 시점에서, 현존하는 체제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용납 되지 않은 채, 두 체제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 되었다. 겉으로는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다른 체제에 대한 견제로 인해 어쩔 수 없다고 말 할 순 있겠지만,1990년대 이후, 소련이 붕괴 되고,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를 선택하게 된 이후에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했다. 그러다보니, 역사적인 해석도 자본주의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특히 현 인류가,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이론이나, 인류는 애초부터 탐욕과 사치로 가득해서,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이론 등은, 현 자본주의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받아들이길 거부하였다. 몇 차례의 위기를 겪고 나서도, 제대로 된 비판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강한 사회적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그런 미국을 따라 가는데 급급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곧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빨갱이'를 의미하게 되는, 이 말도 안되는 논리 속에서, 자본주의는 그 어떤 비판도 받지 않으며, 제멋대로 덩치를 키워 나갔다.
하지만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상태를 기점으로, 그제서야 자본주의와 신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고, 역사적으로나, 혹은 현재 여러 사회주의식의 복지형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겪이지만, 이제까지는 외양간을 고치는 것 조차 그 누구도 선뜻 시작 하지 못했던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외양간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떠나간 소를 붙잡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자, 미국과 중국의 현 모습이다. 빈부 격차는 커질 대로 커지고, 소수가 대부분의 부를 가지고, 중산층은 몰락하고, 빈민층이 더욱 늘어나는 모습은, '세계 1위 국가' 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게끔 만들었다. 무엇보다, 수십년 후에는 미국을 넘어설 거라는 중국 조차, 돈이 없어 '모유'를 팔고,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인생 역전을 위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상품화 하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되었다. 결국 '돈'이, 인간만이 가지고, 추구할 수 있는 '인간 다운 것'들을 앗아가고 있는 것 이다.
이토록 복잡하고, 얽힐 대로 얽혀 있는 문제들을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책은 그 해답을, 미국과 중국에서가 아닌, 유럽의 여러 복지국가에서도 아닌, 신흥국에서도 아닌, 바로 '자본주의'를 완전히 벗어나 있는 라다크의 자그만한 산악마을, 그리고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자그만한 섬에서 찾았다. 특히 이 '아누타 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인구가 약 300명 밖에 되지 않고, 그렇다고 땅이 그리 비옥하지도, 많은 가축을 키우거나 방목 하지도 않는 이들의 생활은,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선을 주식으로 먹으면서, 맛있고 영양가 많은 음식을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아파도 병원은 커녕 악화되어 그냥 죽을 수 밖에 없고, 숱한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당장 내일 먹을 식량을 걱정해야 하는 이들의 생활은, 어째서 이렇게나 편하고 좋은 첨단 기술과 문명을 놔두고, 굳이 옛날의 그 불편한 방식을 고수하는지, 절로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개하다고 여기는 이들의 문화와 체계 속에서, 우리는 우리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토록 기술이 발전 되었고, 먹거리가 풍부해진 이 시대에, 어째서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길까.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가장 큰 원인은, '불공정한 분배'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더욱 배부르고, 돈이 없는 사람은 더욱 배가 고파야 하는 이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빈부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덕이는 우리들에게, 아로타 섬은, '빅맨'을 통해 '공정한 분배'를 추구한다. 능력 위주로 분배가 되어야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우리들에게, 이들의 이런 분배는 무척 비합리적이게 느껴질 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렇게 '합리적'으로만 따진 결과,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가. 사냥을 열심히 한 사람도,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도, 나이가 많거나 적은 사람도, 힘이 세거나 약한 사람도, 모두 똑같이 분배가 되는 이들의 모습은 분명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 사회에서는 노숙자도 없고, 굶주리는 사람도 없고, 자살하는 사람도 없다. 비록 양은 적을지라도 행복하게 나누고, 모두가 밥을 먹을 수 있는 이들 사회를 보고, 우리는 과연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말하는 것 처럼, 우리는 더 이상 '국가'적인 것이 아닌, '공동체'적인 것을 추구하는게, 지금의 이 현실을 해결하는 하나의 실마리 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애초에 탐욕과 욕망에 물들어 있는 인종도 아니고, 경제적인 동물이 아닌, 서로 사랑하고, 나누는 동물이 정말 맞다면, 우리에게 어울리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적인 성향을 띄는 '공동체' 내에서, 꼭 '화폐'가 없더라도 스스로 자급자족 할 수 있고, 서로 나누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더 어울릴 것 이다.
물 속에 계속 있으면, 지금 이 곳이 물 속인지 아닌 지를 알 수 없다. 이 곳이 진짜 물인지, 물이라면 어떤 물 인지 알기 위해선,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본주의를 정말로 제대로 진단하고, 비판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 서 있는 이 곳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자급자족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저 먼 섬나라의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우리들이 가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