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읊조리다 - 삶의 빈칸을 채우는 그림하나 시하나
칠십 명의 시인 지음, 봉현 그림 / 세계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책은 좋아하고 많이 읽지만, 문학 작품을 거의 보지 않는다. 자기계발서와 인문학 서적에 지나칠 만큼 편중 되어 있는 독서 습관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삶의 의미를 논하고, 내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아름다운 글이나 문장을 볼 수 있는 안목은 형편 없는 수준이다. 책에 있어서 지나치게 편식을 하다보니 나타난 결과이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나의 형편 없는 감수성을 일깨워 주었다.

책에는 각종 에세이집이나 시집에 있는 문장 가운데, 가장 인상 깊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뽑아서 구성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한 권의 책을 읽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이 책 한권을 통해 모두 공짜로 얻은 기분이다. 마치 수십권의 책을 읽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책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통해서, '문장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아주 부드러운 문체, 아주 좋은 내용의 긴 글 보다, 이렇게 하나의 짧은 문장 하나가 나에게 더 와닿고, 마음을 울리는 듯 하다. 이러한 느낌은 결코 자기계발서와 인문학 서적을 아무리 읽어도 받을 수 없는 느낌이다.

사실, 비록 문학은 아니라도 나 역시 글을 쓰는 입장에서, 하나의 멋진 문장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대충은 알고 있다. 수십편, 수백편의 글을 써야, 그 중에서 겨우 몇개의 문장을 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러한 문장들은 다른 사람에게까지 공감을 주면서, 와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수십개, 수백개, 어쩌면 수천개의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간신히 탄생한 멋진 문장들을 한 책에 모아서 본다는 것이, 작가들의 엄청난 노력들을 날로 먹는 다는 기분이 들기도 해서, 왠지 작가분들에게 죄송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문장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이런 문장들을 보고 감탄을 하면서, 나 역시 이런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문장 하나를 쓰게 된다면, 조금은 덜 죄송하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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