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청문회 1 - 독립운동가 김구의 정직한 이력서
김상구 지음 / 매직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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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주의에 대한 건전한 비판인가, 폄하인가' _ 김구 청문회를 읽고 




처음 이 책이 서평 이벤트로 올라왔다는 걸 알고나서, 뭔가 나의 호기심을 끌긴 했지만, 한편으론 고민도 되었다. 이제까지, 마냥 위대하고, 최고의 애국자 이자, 우리들의 영웅으로만 생각했던 '백범 김구'에 대해서, 이제까지 내가 믿고 있던 사실들이 모두 허구라는 게 밝혀지고, 이 분이 실제로는 그리 위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될까봐, 즉, 이 책을 읽고 이제까지 내가 쌓아왔던 나의 가치관과 생각들이 무너질까봐, 두려웠던 것 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기로 다짐을 한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내용이 진실이든, 아니면 그렇지 않든, 이 책을 읽고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전적으로 나의 판단이고, 나의 가치관과 생각들이 무너지더라도, 그것 역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책의 내용은, 역시나 놀라웠다. 정말 영웅적인 삶을 살고, '위인'이라고 불러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김구의 삶이, 떄로는 과장되고, 때로는 날조 되었다는 것을, 각종 자료들을 통해 증명해 나가고 있었던 것 이다. 특히 우리가 교과에서 배운 내용, 혹은 백범 일지를 통해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사실들이, 진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 였다. '백범 일지'의 내용을 주로 다룬 1권은 물론, 이제 독립 후 '정치인'으로서의 김구의 삶을 다룬 부분 역시, 우리가 이제까지 배웠고, 알고 있던 김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김구는 그저, 자신의 젊은 시절을 과장하고 날조해서 자신을 영웅화 하고, 정치를 시작한 이 후로는, 지극히나 계산적이고, 때로는 이해가 안될정도로 엄하기도 하고, 자신의 권력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그런 '약아빠진 정치인'이었던 것 이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 속 위인들을 보면, 몇몇 위인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단군 왕검부터 시작해, 김유신, 왕건, 세종대왕, 장영실, 이순신, 김좌진, 안중근 등, 이런 위인들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순간, 우리는 애국심 하나 없는 놈이자, 기회만 되면 나라를 팔아먹을 '매국노' 등의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 이다. 한 사례로, 애국심을 마케팅해서 크게 성공한 영화 '명량'을 비판한 한 블로거는 '호로새끼'가 되어야 했다. 그 비판이 합리적이든, 그렇지 않든, 우리에겐 그들은 절대 비판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 있었던 것 이다. 이런 많은 위인들 중에, 김구 역시 포함 되어 있지 않을까. 국민들에게 이 분들은, 결코 살면서 나쁜 짓을 단 한번도 안하고, 청렴결백하고, 의리 있고, 멋진 삶을 '살았어야만' 한다. 인간이기에 실수 할 수 있고, 잘못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는 것 이다. 이러한 꽉 막힌 틀 속에서, 김구 역시 그저 보호 되어 온 게 아닐까.

물론 나는 이 책을 온전히 믿지 않는다. 건전한 비판 보다는, 마치 '김구는 실제로 국민적 영웅이 아니다'라는 전제 아래에서, 그에 맞춰서 자료를 찾고, 비교한 느낌이 강하고, 실제로 기록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시기에서도, 일단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 한다. 김구가 지나친 국수주의로 높게 평가받은건 사실이지만, 너무 지나치게 폄하 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저자가 김구를 불신하는 딱 그만큼, 나 역시 저자에 대해서 불신을 낳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완전히 밝혀진 일이 아닌 사건들에 대해서도, 일단 김구를 폄하하려는 글을 쓰고 증명하다보니, 그냥 안 좋은 일,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일들을 모두 김구에게 덤탱이 씌우는 느낌도 강하게 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온전히 믿을 순 없는 것은, 나는 아직 '백범 일지'를 제대로 읽지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하면 '백범일지'에 대한 비판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일반적인 지식들에 대한 비판이다. 그런데 그러한 비판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가, 그것을 비판한 책 부터 보고, 그걸 철썩같이 믿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내게는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를 판단할 만한 역량이 아직 갖추어 지지 않은 것 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은 내게 새로운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었다는 것 이다. 김구는 무조건 위대한 영웅이자 위인'이어야만'하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비판이 나올 수 없다. 우리가 늘 물 안에 있으면, 지금 이 곳이 물인지 알 수 없듯이, 물을 제대로 관찰 하기 위해서는 일단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물 밖으로 나와서, 우리에게 물 밖의 세계의 존재를 말해주고 있다. 물론 저자가 나온 곳이 제대된 밖이 아닐 수도, 오히려 지금 우리가 있는 물 보다 더 좋지 않은 물 속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판단 마저, 이 책을 읽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국수주의에 대한 건전한 비판인가, 폄하 인가. 나도 여전히 이 책이 어느 방향에 더 치우쳐져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만약 우리가 아는 것이 진짜 진실이 아니라는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분명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저자가 비판하는 건 '김구'가 아닌, 김구를 그저 감싸안으려고만 하는 우리들의 지나친 '국수주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김구는 이미 죽었고, 이 분이 백범일지를 실제로 날조했든, 그저 약아빠진 정치인에 불과했든, 그런 사실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과, 그 증명을 할 수 있는, 우리 후손들의 태도가 아닐까. 이러한 과정을 제대로 극복해야만,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 선조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그것이 긍정적인 평가이든, 부정적인 평가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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