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까지 '조국'이라는 분에 대해 거의 듣지 못했다. 다만 '닥치고 정치'라는 책에서, 김어준이 이 분에 대해 많이 언급을 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이 책을 첫 부분을 조금 읽다가 말았다. 하지만 그토록 정치에 대해서 자신의 소신이 뚜렷하고, 강한 진보성을 가진 김어준이 지목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이 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자신의 의견이 많이 담긴 자서전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서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에세이집 이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또 제목과 표지까지 고려하면, 이 책을 어떤 종류로 분류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외적인 것에서 드는 이런 아쉬운 점들을 모두 상쇄할 정도로, 이 책이 주는 메세지는 무척이나 의미가 깊고 인상깊지 않나 싶다.
해외 유명 대학원 법학 박사, 서울대 법학 교수. 그의 이런 사회적 지위가 말해주는 느낌은,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층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한편으로는 '보수적일 것이다'라는 생각 역시 함께 준다. 서울대 교수를 하고 있는데다가, 게다가 법 까지 공부를 했다는 것이 주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만큼 말이다. 어떻게보면 우리가 늘 비판하는, 이른바 '기득권 층'의 그 한 중심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저자는 무척이나 진보적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결코, 그가 지금의 사회 문제에 얼마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는지, 그의 진보적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의 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놀랍게도 내 생각과 무척이나 유사하였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오로지 취업에만 얽메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닌, 그저 학점과 스펙만을 외치는, 그리고 돈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이런 사회를, 나는 살아가더라도, 우리 후손들에게는 결코 물러 주고 싶지 않다는 것. 잘못된 걸 알면서도, 결국 나 하나 먹고 살겠다고 방치해둬서, 결국 내 자식들도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너무나도 미안할 거 같다는 것. 그런데 저자는 이 말을 그대로 하고 있다. 그토록 민주화를 위해 싸우면서,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사회를 꿈꿔왔는데, 이제 기득권이 된 시점에서, 결국 단 한걸음도 진보하지 못한 사회를 우리 세대에게 물려줬다는 것이,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한다.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기득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얼마나 우리를 생각해주고, 자기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지, 세삼 깨닫게 해주는 그런 부분이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젊은 대학생들의 의지이다. 제 아무리 국가가, 사회가 어떻게 바꾸려 한다해도, 우리들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결코 지속가능한 변화는 존재할 수 없다. 10년, 20년 후에는 우리가 이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힘들다. 지금의 기득권이 계속해서 자신의 밥그릇만 지키려 한다면, 결국 사회는 제대로 진보할 수 없을 것 이다. 지금의 사회가 정체되어 있는 이유는, 분명 지금의 대학생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의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들의 탓이 크다. 결국 바뀌어야 하는 주체는 우리 대학생이지만, 바뀐 우리들이 살아갈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이들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세대의 손뼉이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조국 교수님은 우리들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있다.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진보의 틀에 자신을 가둔 게 아닌, 진정으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젊은이들이 정말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떄로는 글로, 때로는 직접 행동으로서 보이고 있다. 나는 기득권에 대해 무척이나 보수적이지만, 이런 기득권이라면, 오히려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다음세대 들에게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하는 이런 기득권이 많이지는게,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진보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이 분이 결국 안철수 의원님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지금 처럼 '지식인'으로서 계속 목소리를 내며 '조력자' 역할에서 끝날지는 모르겠다. 아마 시대가 원하고 있기에 전자 쪽으로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만, 그가 정치인으로서 성공을 해서 대통령이 되든, 아니면 실패를 하든, 나는 교수님이 자신이 썻던 이 책에 대해, 자신의 글에 대해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고, 그런 미래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그럴 것이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