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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읽는 스페인
백인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6년 9월
평점 :
한 권의 책을 따라 스페인의 골목과 광장, 미술관을 천천히 여행한 기분이다. 이미 다녀온 곳은 다시 찾아가 건물과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직접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만 좇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남겨진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만날 수 있어 깊이 있는 방구석 여행이 되었다.
안달루시아에서 바르셀로나, 마드리드로 이어지는 여정은 건축과 그림을 따라 스페인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슬람과 가톨릭의 흔적이 겹쳐진 건축물, 가우디의 독특한 건축, 프라도 미술관의 작품과 소로야의 그림까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져 온 스페인의 모습을 마주한다. 설명과 함께 실린 건축물 사진과 작품 이미지가 내용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어, 글로 읽은 이야기를 실제 공간과 그림 앞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예술을 따라가다 보면 한 나라의 역사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관광지의 겉모습만 둘러보는 여행을 넘어, 한 사회가 지나온 시간과 서로 다른 문화를 품어 온 포용의 가치도 생각하게 만든다. 나와 다른 것을 없애기보다 존중하고 보존해 온 시간이 오늘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도서협찬 *서평단활동
구구의 서재 @book.gu_book.gu
디 이니셔티브 @4i.publ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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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혜윰_서평
특히 초록은 이슬람 문화에서 가장 신성시 되는 색으로, 천국과 생명, 자연을 상징한다. 멕수아르 홀 벽의 타일은 바닥에 앉은 사람의 눈높이쯤까지만 둘려 있는데, 이는 바닥에 앉던 당시의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 P22
스페인 친구들은 말했다. 이슬람도 가톨릭도 모두 자신들의 역사이기에, 할 일은 파괴가 아니라 보존이라고.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 P35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는 마치 사람이 두 팔을 벌리듯 감싸는 독특한 구조로 광장을 설계했다. 이 반원이 신대륙으로 향하는 배들이 출항했던 과달키비르강 쪽으로 열려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페인이 과거 식민지였던 아메리카 대륙을 품어 안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은 것이다. - P53
에이샴플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친환경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설계에 놀라게 된다. 이 모든 계획의 출발점은 ‘도시는 사람이 중심’이라는 믿음이었다. 세르다는 평등과 균형이라는 가치 위에 지극히 인본주의적인 도시를 설계했다. - P68
가우디는 집 안의 작은 부분까지 입주자의 편안함을 고려했다. 카사 밀라의 손잡이는 세대마다 디자인이 다르다. 얼핏 보면 옷걸이 같기도 하고 장식물 같기도 하다. 가우디는 입주자에게 석고 반죽을 주며 가장 편안한 자세로 움켜쥐어 보라고 하고, 그 모양 그대로 본을 떠 손잡이를 만들었다. - P106
마니에리스모는 16세기 초중반 르네상스 회화가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는 부담 속에서 탄생했다. 더 이상 새롭게 넘어설 여지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예술가들은 라파엘로가 세운 조화와 균형의 기준에 안주하지 않고 익숙한 규범을 의도적으로 비틀며 저마다의 표현 가능성을 찾아 나섰다. 르네상스의 완성 이후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해야 했던 예술가들의 치열한 모색의 징검다리, 그것이 바로 매너리즘, 마니에리스모다. - P158
스페인에는 수백 년간 지켜온 나라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빼앗기고 되찾는 역사 속에서 배운,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포용이 살아 숨 쉰다. 그것이 이들을 문화와 예술의 강국으로 만든 힘이었을 것이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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